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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경제와 투자 심사

매출채권담보대출과 ABL

by 고니파더

최근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어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봅니다.


[단독] ’적자 지속’ 쏘카, ABL로 800억 조달 추진 - 조선비즈 (chosun.com)


국내 공유경제의 대표주자인 쏘카.


2022년에 반짝 실적이 좋았는데 최근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장래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내용입니다.


기사 본문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장래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하면, 해당 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얼마나 기업이 어려우면 앞으로 받을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냐?'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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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 있는 말입니다.


다만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라는 신문 기사만을 보고 '쏘카가 굉장히 위험하구나'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글쎄요.


그다지 옳은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산업을 무시한 표현이라는 생각까지 들거든요.

참고로 제가 차가 없는 뚜벅이이자, 쏘카와 그린카의 회원이라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 바랍니다.


곧바로 쏘카의 재무제표를 보고 설명드리겠습니다.


아마 기자는 위에 표시해 놓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인 것을 보고 '회사가 안 좋아지고 있다'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겉으로 봤을 때 적자를 기록하는 회사에 안 좋다고 말한 것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특히 업종을 모르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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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장기 렌트 불문 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EBITDA입니다.


왜냐하면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많은 차량에 대한 상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결국 감가상각비에 대한 분석이 핵심이라는 말.


참고로 보통 자동차는 세법상 5년에 걸쳐서 감가상각을 진행하는데,


이 말은 5,000만 원짜리 차라고 하면 매년 1,000만 원씩 감가상각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5년 이후 이 차의 가격이 현실에서도 0원이냐?


당연히 아니죠.


다만 장부상으로 상각비가 잡히지 않으니 이익은 점점 좋아질 겁니다.


따라서 쏘카와 같은 기업에서 영업이익만 보고 '적자를 기록했네'라고 판단하는 것은, 업계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판단)


그럼 EBITDA를 보겠습니다.


20년, 21년 연간 400억씩 잡히던 것이 22년에 700~800억 정도로 증가합니다.


동시에 매출도 증가한 것을 보니 신규 차량을 많이 도입한 시기가 아마도 2022년이라고 추정되네요.


그렇다면 5년이 지난 시점인 2027년에는 (별도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가만히 있어도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할 겁니다. 왜냐하면 감가상각이 더는 장부에 비용으로 잡히지 않을 테니까요.


EBITDA를 금융비용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EBITDA가 금융비용을 매년 상회하고 있죠?


그렇다면 영업적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기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면 쏘카는 왜 이런 자금조달을 선택했나?


문득 궁금해지는 포인트.


첫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일단 1 금융권에서는 순수한 신용 여신 진행이 힘들었을 겁니다.


왜냐면 장부상 2개년 연속 적자 기업이기 때문에 대출 불가능한 신용등급이 산출되기 때문이죠.


그래도 취급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은행 입장에서 대손충당금이 부담입니다.


동시에 기업입장에서는 높은 대출이율도 각오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운영자금을 대주주를 통해 조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쏘카의 대주주가 누구냐?


바로 롯데렌털입니다.


물론 이재웅도 주요 주주이고 SK 렌터카도 있지만 역시나 핵심은 롯데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나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말하기는 이른 상황이죠.


쉽게 거액의 Equity 자금을 쏘기 힘들지 않았을까 '추정'해 봅니다.


세 번째 회사채 발행인데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를 감안했을 때 높은 등급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렇다면 금리도 높을 것이고 원하는 만큼의 차입도 힘들었을 겁니다.


결국 고민하다 나온 방법이 바로 장래매출채권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본건 구조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IM 자료를 받은 건 아니지만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담보는 매출채권, 금리는 6% 수준이라고 합니다.


먼저 이러한 자금 조달 구조에서 투자자가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은 장래 매출채권이 안정적으로 회수가 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첫 번째로 봐야 하는 것은 매출채권을 결제하는 주체입니다.


한전과 같은 발전자회사가 매출채권의 결제 주체라고 하면 굉장히 안정적인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의 뭐 정부가 지급을 보전해 주기 때문이죠.


다만 쏘카의 매출 상대방은 이런 거래처가 아닐 겁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바로 매출채권의 상대방 집중 위험도, 이 부분 역시 체크해야 할 포인트입니다.


아마도 여러 고객의 사용 대금을 Pooling 해서 담보화 할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그렇다면 매출 거래처의 집중도 측면에서 봤을 때는 안정적일 겁니다.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죠.


또한 기본적으로 이런 자금 구조는 매월 분할 상환이 필수적입니다.


그렇다면 여신 포지션이 계속 줄기 때문에 충당에 대한 부담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초과담보비율을 의미하는 over-collateralization을 체크해야 합니다.


어려운 개념은 아니니 역시나 예를 들어서 설명합니다.


자금조달 규모가 100억이라고 하면 담보가 되는 매출채권의 원금 규모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만약 대출금액 100억에 매출채권 원금이 120억이라면 OC 비율은 120%입니다.


예상하셨겠지만 OC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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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체크해야 할 부분들이 많긴 하지만 (중도 해약, 해지에 따른 매출채권 취소율 등) 여기까지 하기로 하겠습니다.


결국 핵심은 쏘카, 배달의 민족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 기업들의 매출채권 유동화가 새로운 금융상품으로 각광받을 날들이 멀지 않았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매출처가 다변화되어 있고 주요 주주에 의해 자금력이 신용이 보강되는 경우라면, 단기 자금운용 측면에서 괜찮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중간에 자금 관리 역할을 하는 수탁자도 쏠쏠한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 업종에 맞는 재무 핵심지표를 체크해야 한다는 거.


다시 한번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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