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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하는 후배를 보며 드는 생각

편한 직장, 그리고 자아실현

by 고니파더

최근에는 투자를 검토하는 것들이 많지 않습니다.


하긴 이 바닥에서 일해본 분들이라면 심사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는 걸 잘 아실 겁니다.


상반기, 특히 기업 결산 시기가 맞물리는 4월 이후부터가 성수기, 연말을 앞둔 10월부터는 비수기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일상적인 이야기들만 계속 올리는 거 같네요.


오늘은 이직을 앞둔 후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같이 근무한 적은 없지만 옆에서 봤을 때 '같이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똑소리 나던 친구.


한두 번 저희 부서로 데려오려고 노력해 봤는데 쉽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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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신입 직원이고 일도 잘하다 보니 그쪽에서도 보내주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네요.


결국 부서 간 이기주의, 혹은 잘못된 인사로 인해 훌륭한 인재를 다른 곳에 뺏기는 모양새입니다.


아쉽고 안타까운 점.


놀라운 점은 이 친구가 제 블로그 애독자였다는 걸 떠나는 마당에 커밍아웃했다는 겁니다.


'앞으로 글을 쓸 때 더 조심해서 쓰고 남들 배려하라'는 와이프의 충고가 마음에 와닿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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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그랬지만 회사를 떠나는 친구들을 만나면 저는 꼭 이직 사유에 대해 물어보는데요.


그것이 '돈' 혹은 '연봉'과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일과 업무'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사람'문제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 부분을 알아야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있거든요.


인사팀도 아니고 CEO도 아닌 제가 이런 걸 계속해서 묻는 이유는 나중에 진짜 리더가 되었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훌륭한 사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럴 날이 있을까?)


재밌는 것은 최근에 이직 트렌드를 보면 과거와 많이 다른 것이 한 가지 있더군요.


그것은 바로 '연봉'때문에 이직하는 경우가 압도적이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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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만 해도 '돈'이 곧 직장 선택의 기준이었는데 근래에는 많이 바뀌는 모양새입니다.


상담을 해보면 최근 이직을 고려하는 많은 MZ들은 주된 사유로 '업무에 대한 갈증'을 이야기합니다.


MZ세대 신입사원 10명 중 3명, 입사 1년 안돼 짐쌌다 (jobkorea.co.kr)


물론 그들 중에는 실력도 안되는데 겉으로 멋있어 보이는 업무를 하려는 친구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이런 친구들은 솔직히 타 회사로 이직?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왜냐?


면접관이 모를 것 같죠?


이야기해 보면 다 압니다.


겉만 번지르 한지, 아니면 실력이 없어서 기회를 못 받았던 건지 말이죠.


소위 말해 어느 정도 열의가 있고 업무에 대한 Edge가 있는지, 어른들은 다 압니다. (그래서 윗사람 이기려고 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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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본이 안된 친구들이 떠나가는 것은, (만약 갈 수 있다면) 사실 조직에서는 환영할 일입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런 친구들은 남아 있고 실력이나 태도가 괜찮은, 열의가 있는 친구들입니다.


자기가 투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거나, 숫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기획'이나 '전략'이라는 그럴듯한 이름 뒤에서 단순 반복적인 엑셀만 주야장천 두드리고 있는 일만 시키는 경우,


이들은 여지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는 겁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직장에서 자아실현 찾는 거 아니다.'


혹은,


'기본적인 것을 해야 나중에 투자도 잘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죠.


젊은 친구들도 이런 충고는 이미 다 알고 있더군요. (요새 애들 똑똑함)


이야기를 들어보니 허드렛일 자체가 힘들어서 나가는 게 아닙니다.


희망이 없이 계속 그 일만 하다가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 두려워서 나간다고 하더군요.


여기까지 듣는데 선배로서 할 말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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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보면 요새 워라밸은 시니어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열정이 있는 주니어들은 워라밸이 없어도,


야근을 해도,


자기가 이 일을 통해 성장한다고 느끼면 그대로 남아 있더군요.


은행에서 저한테 욕먹어가며 혼나며 일하고,


심사역 사전 협의회 때 질책을 들어서 눈물을 흘리던 후배들.


그 친구들이 지금도 연락이 오며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때는 힘들었는데 배우는 게 많았어요. 일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지 몰랐습니다.'


편한 직장, 안전한 직장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시간을 죽여가며 돈을 벌어서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처절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가요?


부디 새로운 시작을 하는 후배의 앞길이 탄탄하게 빛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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