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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Oct 16. 2024

기업 실사와 IR 미팅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보직

기업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일이 메인이다 보니 상대 회사의 IR 담당자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소기업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많은 IR 담당자들을 만났는지 이제는 그 횟수도 전혀 기억도 안 나는데요.


40대를 넘기면서부터 이 현상이 더 심해지는 듯.



오늘은 기업실사와 그 과정에서 만났던 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로 심사역 입장에서 바라본 IR 담당분들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시작에 앞서 대전제는 IR, 혹은 기업실사는 심사를 받는 기업입장에서 정말 중요한 위치라는 겁니다.


외부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기업 이미지를 무엇보다 크게 좌우하는 자리이기 때문이죠.


그만큼 책임감이 커야 하는 보직이 바로 IR이지 않나 싶습니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자면 외모도 출중하면 좋고 말빨은 (?) 필수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나 '실력'입니다.


실력이 뒷받침되면 사실 뭐 아무것도 아닌 IR이 되어버립니다.


이와 관련 올해 만났던 한 회사의 여성 담당자분이 생각납니다.


첫인상에서 받은 느낌은 굉장히 어려 보이고 팔목에는 약간의 문신도 언뜻 보이는 상황.


상당히 '가벼워' 보여서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었죠. 역시나 편견이 이렇게 무서워요.


하지만 실제 미팅과 질의응답시간에 들어가니, 웬걸.


너무 잘하는 겁니다.


기업의 강점은 그대로 어필하고 약점은 약점대로 인정하면서 본인이 백업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메모도 하는 모습.


그야말로 백 점짜리 담당자.


사실 실사 전만 해도 판단에 있어 오락가락했던 기업이었는데,


이 미팅 한 번으로 기업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참고로 10명의 IR 담당자가 있다고 하면 그중 1~2명 정도 훌륭한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만약 제가 회사 CEO를 알고 있다면, 승진을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내공을 보유한 분들이죠.


경험상 이렇게 잘하시는 분들의 큰 특색은 '열의'와 '솔직함', 그리고 적절한 '피드백'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 모든 걸 '실력'이라고 표현합니다.


일단 준비가 잘되어 있는 분들은 '모르겠다'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습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모르는 부분을 만나더라도 '이후에 찾아봐서 알려드리겠다'라고 여지를 남겨 둡니다.


이게 위에서 이야기한 적절한 피드백과 만나면 회사에 대한 이미지와 느낌이 확 살게 되죠.


두 번째로 투자자 입장에서 질문이 사정없이 들어오는데 회사에 대해 방어만 하는 사람은 매력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래도 이런 장점이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은 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말.


근거 없이 'IR은 회사에 대한 욕이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면 안 돼'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당장 그 생각부터 바꾸셔야 할 겁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오류와 잘못을 어설프게 감추려고 하다 '회사가 거짓말 투성이다'라는 평가를 받기 십상이죠.


주의해야 할 점.


추가로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IR 잘하시는 분들은 피드백 역시 확실하더군요.


인터뷰나 실사 자리에서 제대로 답변이 안된 부분에 대해서, 이후에 칼같이 답변을 정리해서 줍니다.


대부분 이런 기업들은 투자 승인을 받는 확률이 높습니다.


제대로 키운 직원 한 명이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니...


IR 직원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더 강조하면 입이 아플 정도입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반대로 10명 중 5~6명 정도는 회사의 이미지를 사정없이 깎아 먹는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하나는 IR 담당자의 무능력에 대한 한탄,


두 번째는 IR을 바라보는 회사의 시선에 대해서 충분히 알 수 있는 거죠.


여러 가지 사례 중에 제일 황당하고 웃겼던 일은 공시된 자료가 틀렸는데 해당 부분을 담당자가 모르고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그것을 찾아낸 저희 직원을 칭찬)


심지어 상장사였는데도 말이죠.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본인들이 공시된 자료를 확인하면서 '아~'라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걸 들을 수 있었죠.


그 이후로 그분들이 하는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다 변명처럼 들렸기 때문이죠.


또 다른 사례로는 최근 만난 OO 건설 회사의 IR 담당자였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분이 실사 자리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바로 '모르겠습니다' 였어요.


하도 그 말이 반복되길래 도중에 "그럼 누가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느냐?" 되묻게 되더군요.


솔직히 이런 상황, 이 지경이면 해당 담당자는 그 자리에 나오면 안 됩니다.


기업에 대한 투자 승인 여부에 대한 검토는 고사하고 이미지조차 갉아먹는 순간이 되기 때문이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IR이라는 것도 결국 핵심은 '진실성'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얼마나 그 자리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가, 얼마나 상대방에게 진실되게 다가가는가' 그게 전부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투자자의 미팅 제의를 피하는 곳도 있던데, 그런 회사의 CEO들은 어떤 생각일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심사역 입장에서 바라본 IR 미팅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 봤습니다.


IR 담당자분들의 중요성과 잘하는 분, 못하는 분에 대한 사례를 중심으로 다뤄봤습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누군가를 비판하려는 의도의 글이 아니라는 것.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시에 기업 실사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해당 미팅에 참석하는 심사역들도 항상 잊지 말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글을 씁니다.


한주 다들 잘 시작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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