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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Oct 15. 2024

기업의 본캐와 부캐

디케이마린, 조광피혁

블로거 메르 글을 정독하다 과거 심사를 했던 업체 이름이 눈에 띄었습니다.


업체의 이름은 바로 (주)디케이마린.


사실 제가 직접 심사한 업체는 아니었지만, 주 대상인 (주)리드코프의 주주가 디케이마린이었죠.


디케이마린은 뒤에서 다루기로 하고 우선은 리드코프부터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당시 이 업체를 심사할 때 이슈는 아래 두 가지였습니다.


1) 사금융 대부업체에 제도권 금융기관이 Credit Line을 주는 것이 맞느냐?


 2) 기업의 주 업종을 판단할 때 기준은 매출액이냐, 영업이익이냐?


먼저 2) 번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첨부된 자료에서 보듯이 '매출액'이 주요 업종을 구분 짓는 기준이 되고 있더군요.


'문제는 실질도 과연 그러한가?'였는데 이 부분은 논란이 많은 부분이라 일단 넘어가기로 합니다.  


참고로 광고 효과 때문인지 애초 석유 도매업이었던 리드코프는 2010년대 이후 대부업이라는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강해집니다.

하지만 기사에 나와 있는 것처럼 매출액은 석유 도매 비중이 훨씬 많았죠.


고로 주업은 석유 도매업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영업이익은 말도 안 되게 겸업이라 할 수 있는 대부업이 높았다는 점입니다.


https://www.fntimes.com/html/view.php?ud=137738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정하는 기준을 따라가기로 결정해서 판단했습니다.


이건 논란의 여지가 적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문제는 1)번이었습니다.


개인의 판단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고 민감한 내용이라 쉽지 않았는데요.


다소 윤리적 (?)인 문제는 아래에 나와 있는 일명 '대부업 프리미어 리그' 제도라고 불리는 보도 자료를 통해 해소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보도자료 - 위원회 소식 - 알림 마당 - 금융위원회 (fsc.go.kr)


기업의 주된 업종에 대한 분류와 대부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라는,


쉽지 않은 토픽이었지만 외부 자료를 통해 이슈를 해결한 사례로 기억에 남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건 이후부터 '기업의 주업을 판단하는데 어떤 기준을 가지고 심사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법이나 정부에서 정하는 기준 말고 '기업 분석가 입장에서 어느 부분을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죠.


위에서 이야기했던 리드코프 사례는 '단순히 매출액을 보고 판단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자'라는 교훈을 제시했을 뿐, 저만의 다른 판단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첫번째 선택한 대안이 바로 '영업이익'이었는데요.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유형자산 처분이익과 같은 일시적 손익이 영향을 미치는 당기순이익을 기업의 업종 판단 기준으로 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


두 번째, 매출액이 많아도 관련업에서 금융비용 커버할 수 있는 영업이익을 벌어들이지 못한다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로 영업이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한동안 별 탈 없이 심사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만난 아래 업체들 때문에 제 기준이 조금씩 흔들리게 됩니다.


먼저 (주)디케이마린의 최근 2개년 재무제표를 보겠습니다.

(주)디케이마린은 최근 2년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부 환경에 의한 일시적인 영업적자라고도 볼 수 없는 것이 2018년 이후 연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이후 한 번도 순손실을 시현한 적이 없습니다.


위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영업적자를 넘어서는 지분법 이익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 업체의 주업은 내항에서 운행하는 선박의 급유 산업일까요? 아니면 투자업일까요?'


심사역 나름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


같은 범주에서 조광피혁이라는 업체가 있습니다.


직접 심사한 것은 아니고 심사 교육을 하면서 참고 자료로 사용했던 기억이 있네요.


역시나 최근 재무제표를 보겠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기타 포괄손익 (FVOCI) 지분증권으로 분류된 자산의 평가이익은 당기순이익으로 재분류가 불가능한  손익입니다.


참고로 조광피혁이라는 업체의 본업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가죽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으로,


동사의 최근년도 매출액은 1,265억, 영업이익은 63억 수준이네요.


그런데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지분의 평가손익 476억입니다.


세부내역을 보니 대상 주식이 무려 버크셔해서웨이 (워런 버핏의 그 회사 맞음)와 애플.


거기다 일회성도 아닙니다.


굉장히 오랜 기간 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거든요.

자, 그렇다면 조광피혁의 본업은 가죽제품을 생산, 가공하는 피혁업입니까?


아니면 투자업인가요?


본업보다 주식에 열중하더니… 잭팟 터진 기업개미들 | 한국경제 (hankyung.com)


여기까지 심사를 하고 나서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업의 본업, 주업에 대한 판단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같이 OO 계정과목 하나를 공식처럼 보고 지정할 수 없다'라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죠.


앞서 이야기했던 디케이마린과 조광피혁의 담당 심사역이 저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심사 과정에서 이 두 업체에 대한 Peer 그룹을 선정할 때, 석유 유통업이나 피혁 생산업체로 한정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투자 전문회사 등으로 선정하고 그들의 Track Record와 비교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분석이 아닐까 라는 결론이 내려지더군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기업을 분석하거나 심사를 할 때 기계적 접근이 주는 한계에 대해 글을 써 봤습니다.


이런 걸 보면 숫자로만 판단해서 결론 내리는 AI 심사 시스템에 대한 도입이 현장에서는 시기상조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


시스템은 분명 이들 업체를 주된 업종으로 판단할 테니 말입니다.


얼핏 보면 특이한 사례로 보이지만 생각보다 현실에서는 이러한 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형식보다 실질에 충실하자는 의미에서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요?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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