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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고니파더
Oct 14. 2024
전문 경영인 VS 오너 경영인
대한전선과 설원량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 시절, 기업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재벌 2세들이 경영에 관심이나 있겠나'
라는 한탄이 지배적이던 시기.
한동안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는데 무엇보다 필드에서 '경영'이 무엇인지 경험하기 어렵다는 것이 하나,
교과서로만 경영을 배웠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다른 근거는 당시 상황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CJ그룹이 지금과 다르게 아주 잘 나가던 시기.
당시 CJ에는 전문 경영인인 손경식 회장이 있었고, 신세계그룹 역시 구학서 부회장이 잘 이끌던 시기였으니 경제 신문에만 의지하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을지도 모릅니다.
[산업계 노장파워⑭] 손경식 CJ그룹 회장, 86세에 발로 뛰는 재계 '산 증인' < 산업계 노장파워 < 기획·특집 < 기사본문 - 포인트데일리 (pointdaily.co.kr)
'전문 경영인'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은 대한전선이라는 업체를 심사 대상으로 만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할까요?
당시 대한전선의 히스토리를 조사하면서 '전문 경영인이 어떻게 기업을 망가뜨리는지'에 대해 제대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기업을 심사할 때 히스토리에 집착하는 편입니다.
해당 기업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했고 쇠퇴해 왔는지 알고 있으면 기업의 스토리 라인이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이게 제대로 자리 잡으면 시간이 지나서도 기업이 잊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3~4년 전쯤 당시 호반그룹이 인수한 대한전선 심사를 하면서 정말 갖은 고생을 했습니다.
관련 내용은 아래 블로그 글 참고.
전선업에 대한 여신심사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무엇보다 수많은 출자전환과 인수합병으로 재무제표가 보기가 정말 어려웠고,
그로 인해 재무분석 전 계정 과목 하나하나의 숫자를 발라내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사실 전선업이라는 것이 굉장히 보수적인 산업이고 기간산업이라 망가지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한전선의 재무제표는 정말 눈 뜨고 보기 처참할 정도였죠.
물론 제가 말하는 것은 사모펀드 IMM이 인수하기 전 재무제표입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기업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나씩 분석해 나갔습니다.
히스토리를 파악하면서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군요.
과거 대한전선은 한때 재계 5위에 해당될 정도로 큰 기업이었다는 것이 우선 놀라운 포인트.
사건은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이 대기업을 잘 이끌던 오너 경영인 2세 설원량 회장이 갑자기 뇌질환으로 사망하게 되면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후계자는 대학생에 불과했고 배우자는 가정 주부였기 때문에 전문 경영인에 어쩔 수 없이 기대게 됩니다.
이때부터 대한전선의 몰락이 시작.
견제 없는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전문 경영인은 본인의 성과를 위해 사업 확장에 전념합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인해 차입금이 엄청나게 증가하게 되죠.
솔직히 인수합병 그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
핵심은
대한전선과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든 사업에도 문어발 확장을 했다
는 겁니다.
그러다 금융위기가 오고 높은 차입 부담으로 인해 버티지 못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대표이사의 배임과 횡령까지 발생.
결국 사모펀드에 팔리게 되고, 돌고 돌아 호반건설의 품으로 들어가게 되는 슬픈 결말입니다.
대한전선 임종욱사장 “한우물만 파는 시대 끝났다” - 경향신문 (khan.co.kr)
개인적으로 주인이 없는 회사, 정부 관리에 모든 것이 통제되는 회사에도 있었고,
오너 경영인에 운영되는 금융사에도 몸 담아 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실제 필드는 책처럼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흔히 말하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말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 시각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전문 경영인을 우리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내 돈 아닌데 뭘'이라는 생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CEO도 있는 것이 현실이죠.
한편으로는 기업의 장기 성장,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오너 경영인이 나은 선택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능력과 책임이 뒷받침돼야 하는 건 기본입니다.
최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부 오너 경영인의 일탈도 문제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 경영인은 좋고 오너 경영인은 나쁘다'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은 경계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print&idxno=65
3대 경영세습의 '반면교사' 대한전선의 몰락
www.businesspost.co.kr
비록 회사는 망가졌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하며 재계에서 물러난 대한전선 3세 설윤석의 멘트와,
최근 대한전선의 실적 개선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입니다.
대한전선, 글로벌 전력망 호조에 따라 실적 대..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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