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배우고 싶은 사람은
스스로의 인생에 열정 넘치는 사람도,
매사에 자신감 있는 사람도,
늘 밝고 긍정적인 사람도 아니다.
요즘은 그저 무던한 사람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그 무던함이라는 것은
별탈 없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인생을 말하는 것도
상황에 대한 무감정을 의미하는 것도 아닌,
그저 감정의 대한 유연함을 말한다.
기쁨,분노,증오,슬픔,즐거움,사랑,욕망
나는 늘 사소한 것에도 엄청나게 큰 기쁨을 느끼고,
나는 늘 작은 일에도 비교적 큰 분노와 증오를 느끼고,
나는 늘 스스로 삼켜낼 수 있는 감당 가능한 슬픔에도
필요 이상의 큰 슬픔을 느낀다 .
또 나는 늘 더욱 자극적인 즐거움을 느끼고,
나는 늘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려 들고,
나는 늘 나의 능력 이상의 욕망을 느낀다.
인간이 느낀다는 이 칠정의 요소들이
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나의 극단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어쩌면 롤러코스터 같은 굴곡 있는 나의 삶의
이유또한 이 때문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반면 무던한 사람들에게서는
자유자재로의 감정의 유연함이 보인다.
슬프면 슬픈대로, 기쁘면 기쁜대로,
감정 그 어느 하나도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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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감정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였을까 싶다.
어떤 감정이라는 것이 골똘한 생각에 잠기면
나는 늘 결단을 내려하던 버릇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홀로 소파에 앉아 온몸을 흐느끼며 눈물을 끝도 없이 쏟아냈다.
내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나의 존엄과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 때문일까
난 아직 한참 부족한 사람이구나 느꼈다.
속이 텅텅 비어있는 빈 껍데기처럼 말이다.
늘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늘 나의 감정을 잘 어루만져주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이 주는 선한 생명력을 가지고
큰 깨달음을 얻어 성찰해나가는 중이라 자부했것만
나의 이런 어리숙한 극단의 모습은
나의 글을 자꾸만 멈추게 하였고
모든 진심을 털어놓은 나의 글들을 의심스럽게 하였다.
그럼에도 다시 글을 쓰고
열어보고 싶지 않은 나의 허점을 굳이 들어내는 것은
끝내 모르고 지나갔을 수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기에
변화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또 후회의 시간들을 거치고,
아픔의 눈물을 흘리고,
스스로를 향한 자책과 질타를 거쳐,
돈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값진 배움을 얻었다.
그 누구에게 깨달음 하나 주지 못하는
나만의 그냥 그저그런 하소연의 글들이지만,
나와 같이 스스로의 감정에 고통받고 있는 그들에게
이 글이 작은 성찰이 시작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