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윤슬 바다 위에도, 어김없이 어둠이 찾아왔다
그 밤, 빛들의 아름다운 춤사위는 온데간데없고 흑백의 바다는 홀로 차가운 외로움만을 내뿜을 뿐이다.
긍정의 삶에도 어둠은 스며든다.
오랜 시간 정성스레 쌓아 올린 모래성이 작은 발길질
한 번에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듯한 느낌.
다시 쌓아보려 애써도, 축축하고 건조한 모래들이
마구 뒤섞여 좀처럼 뭉쳐지지 않는다.
더 꾹꾹 눌러도, 또 다져도 결국 뭉쳐진 건 모래가 아닌
나의 손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아픈 손끝의 열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땅을 파볼까 물을 퍼 올까 온갖 생각과 감정의 회로를 돌려보았지만, 땅을 파낼 삽도, 물을 퍼 올 통도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순간 다가온 것은, 무기력 속의 체념이었다.
내 노력과 간절함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마침내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눈을 감지 않았다. 어리숙한 감정에 무너지기 싫어서. 눈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시큰해졌다. 그럼에도 눈을 끝까지 부릅떴다. 그 후 눈물이 한껏 고이기 시작했을 때, 놀라운 경험을 했다. 눈에 고인 투명한 눈물이 반짝이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저 먼바다의 윤슬처럼. 그 반짝이는 ‘윤슬 눈물’이
자신을 비춰낸 것은 아주 잠시였지만 정말 예뻤다.
아름다웠다. 윤슬 눈물은 나에게 말해주었다. 내 삶은 바다였고, 나의 아픈 눈물은 결국 반짝이는 윤슬을 만들기 위함일 것이라고. 마음이 지쳐버린
어느 날, 소리 없는 파도에게, 저 먼바다에게 말없이
던졌던 의문들이 풀려버린 순간이었다.
모래성이 무너졌던 그 자리에 언젠가 또 다른 무언가가 자랄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나는 그때의 나보다 조금 덜 조급하고 조금 덜 아픈 마음으로 마주하게 되겠지. 모든 것이 흐트러졌던 그 순간, 나는 아주 조금씩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썼던 나,
애써 무너져주었던 나, 그리고 지금 여기,
그 모든 마음을 지켜보는 나까지.
어떤 마음은 끝나야만 비로소 보이고 어떤 감정은
지나가야만 자리를 남긴다. 이제는 굳이 이름 붙이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이것 또한 지나가는
한 장면이었음을 기억하며
나는 다음 파도를 조용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