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비평

by yina





1. 지하생활자의 수기에 등장하는 '리자' 는 이 글의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지하생활자를 사랑하지만, 그의 모욕과 조롱을 못 견디고 떠나버린다. 이것은 마치 사랑의 한계를 보여주는 비극적 서사로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사랑을 견디지 못 한 여자를 책망하거나 인간은 결국 사랑으로 서로를 구원해줄 수 없다는, 이런 것을 시사하는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도스토예프스키는 지하생활자의 삐뚫어진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사랑이란 본질적으로 뒤틀린 것이라는 사실을 과감히 보여준다. 이 대화를 기억하자.


" 사랑했는데 이별하거나 싸우면 아프고 고통스럽지 않아요? "


" 물론 고통스럽죠. 하지만 고통스러운게 좋은 거에요. "


위의 대화처럼 사랑도 '뒤틀림' 이 자체가 아름답다는 것을 이 작품은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가식적인 낭만으로라도 사랑을 포장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 다음 단계로, 사실 대부분의 인간들이 타락된 것이라 말했던 이 사랑이


"자세히 보면 아름다운 말들이었어." 라는 주제에 도달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결국 마지막에 여자가 지하생활자의 타락된 모습을 견디지 못 하고 떠나버리는 것은, 본질적인 사랑을 들여다보지 못 하는 인간의 모습을 은유하고 있는 것이리.


2. 또한

"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사악한 인간이다. 나는 남이 좋아할 데 라곤 통 없는 그런 인간이다. "


작품의 도입부에서 지하생활자가 냉소적이거나 나쁜 인간이 아닌, 세상을 격하게 사랑하는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왜냐하면 그는 누구보다 이 세상을 구원하고 싶고 옳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세상이 옳지 않기에 격하게 비판하는 사람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3.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가장 오래된 소설인데 가장 현대적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사랑은 무엇일까? 인간의 삶은 어떠한가?


이런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리얼하게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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