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을 세우는 것
학습상담을 할 때, 학습을 하다보면 아이의 속얘기(마음)가 튀어나올 때가 있다. 상담자는 그 때 그 말(행동)을 놓치지 않고 기억하고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아이가 어려움을 겪는데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급에서의 하루를 이야기하다가 자신에게 신체적 접촉을 자주 하는 아이가 있다고 말한다. 장난으로 툭툭 치는 정도가 아니라 아플 정도로 세게 친다고 했다. 그것도 자주. 자신을 포함해 몇 명에게 그런다고 했고 여자아이들에게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반응을-이를테면 '때리지마'라든지, '신고할꺼야' 같은 류의 말들-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수 개월동안 있었던 괴롭힘에도 담임선생님은 알지 못했고 선생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알린다고 뭐가 달라질까라고 생각했기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이다.
나 또한 중학생 때 나에게 지속적으로 신체적인 접촉(등을 주먹으로 때림)으로 힘들게 한 친구가 있었다. 다른 반 아이였는데 친하지도 않았고 그 친구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지나가면서 나를 항상 때리고 갔다. 그런데 그런 억울하고 화나는 상황에서도 나는 그대로 맞고 있었던 것 같다. 짜증나고 화가 났지만 정당하게 그 친구에게 반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친구는 나를 그 뒤로도 때리고 다녔던 것 같다.
나는 이제 청소년기 자녀를 둔 장년이 되었고 상담자가 되었다. 맞은 친구의 말은 들어줄 수 있고 마음은 보듬어 줄 수 있으나 나도 못한 말을 아이에게 하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내가 당하고만 있었다고 이 아이도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
"세상에 그 어떤 사람도 너를 그렇게 막 대할 권리가 없어. 너에게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정확하게 말해주어야 해, 하지말라고. 한 번만 더 때리면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모두 말할꺼라고 하고 때린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눈 보고 정확하게 얘기해 줘"
내 이야기를 한 참 듣고는 생각해보겠노라고 했다.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즐거움을 느꼈다는 말과 함께. 그 다음 주에 만나 혹시 그 친구가 또 때렸냐고 물어보았다. 그렇다는 말을 해서 그래서 선생님이 알려준 말을 했냐고 했더니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후로는 자신을 안 때린다고 했다. 상담을 마치려는데 나에게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어떤 사람의 연락처인데 나를 여때 때렸던 그 친구의 전화번호라면서 오늘 서로 저장했다고 했다.
참 신기했다. 어찌보면 가해자와 피해자로 갈 수 있었던 관계가 연락처를 주고 받는 친구사이로 바뀐 것 같다. 우리 모두에게는 적절한 경계가 필요하다.
'여기까지만', '더 이상은 싫어', '이렇게 하면 내가 곤란해'
거절일 수도 있고 매몰차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것과 나를 자극하지 않도록 알려주는 것은 관계를 오래 지속하도록 하는데 있어 필수다. 어쩌면 나의 중학교 시절, 그 친구에게 적절한 경계를 세웠다면 그 친구에 대한 나의 기억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보호하지 못했고, 나를 더 사랑하지 못했던 그 때가 많이 후회스럽다. 다음세대들은 내가 했던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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