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를 맡으며
몇 주전, 막내딸이 그랬다.
가끔 자연이 그리울 때가 있다고. 집 앞에 있는 그런 나무들 말고.
그건 아마도 그 아이가 재작년까지 다녔던 숲속에 있던 학교를 말하는 것이리라.
우리 아이들은 일반초등학교가 아닌 논밭과 자연에 둘러싸인 곳에 있는 대안학교에 다녔다. 첫째는 거기서 졸업을 했고 둘째와 셋째는 5학년, 3학년까지 마치고, 애석하게도 문을 닫게 되어 일반 초등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일반초등학교에 잘 적응했는데 가끔 그때의 자연, 학교, 추억들이 생각나는 것 같다. 인생의 절반을 그 곳에서 보냈으니 당연하다.
어제는 비가 온 다음날이어서 그런지 날이 화창하고 꼭 어디를 가야할 것만 같았다. 마침 둘째 아들이 단축수업을 한다고 해서 오자마자 그랬다.
"아빠랑 같이 산에 갈래?"
자연을 좋아하는 아들. 흔쾌히 간다고 했다. 그런데 그 끝에는
"개곡리 가고 싶은데..."
개곡리는 예전에 다니던 학교의 주소지였다.
"그럴까? 가서 밭이나 갈까?"
몇일 전, 예전 학교 앞 텃밭을 다시 가꾸고 싶어 허락을 구했었다. 몸이 근질근질해서 집 베란다에 상추와 깻잎, 그리고 아스파라거스 등 몇몇 작물을 키우기 시작한 터였다.
오랜만이었다. 2년전만애서 매일매일 드나들었던 그 길. 논에는 모내기를 할 준비가 한창이었다. 학교 옆 논 아저씨도 나와 계셔 오랜만에 인사를 드렸다.
학교가 멈추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떠난 2년 동안 텃밭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만 잡초는 쉬지 않고 자랐다. 얼마전, 정리를 한 번 하셨다고 했는데 다시 잡초는 많이도 자랐다. 잡초의 생명력이란!
얼른 삽과 쇠스랑, 호미 등을 챙겨 작업을 시작했다. 5월이 되지 않았는데도 시골 햇살은 뜨거웠다. 햇살을 등지고 호미로 흙을 파 잡초의 뿌리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아주 오랜만의 밭일 이었으니 말이다. 아들은 신이 났다. 흙을 파다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개미, 지렁이, 밀웜, 두꺼비, 장수풍뎅이 애벌레....밭일은 어느새 곤충채집과 관찰로 바뀌었다.
한 번 쉬고 총 2시간 동안 작업을 했다. 어차피 한 번에 끝내기는 힘들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고 이제 가자고 했다. 아들은 좀 더 있고 싶어했다. 아니 아예 자고 가잔다. 이렇게 자연이 좋은 아들을 집 밖으로 데리고 나오지 못한 게 미안했다. 집에 와서도 내일도 가자고, 토요일도 가자며 졸라댔다.
사람은 자연과 가까이 있어야 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땅을 가까이 하고 흙을 파면서 느꼈던 흙 내음과 풀냄새,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새소리, 딱따구리 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나의 숨소리. 조용하지는 않았지만 고요했고, 오랜만이었지만 익숙했다. 오랜만에 누리는 즐거움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아들과 나는 그 느낌을 나눌 수 있었다.
다음에는 마저 흙을 엎고 난 다음, 이랑과 고랑을 만들 요량이다. 더 더워지기 전에 아들과 숲과 산으로, 자연으로 나가야겠다. 함께 못 온 막내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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