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고맙지
년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학기말이 되면서 상담도 끝을 맺는다. 사설기관이라면 계속 이어가야 할 케이스인데 정해진 회기수로 인해 아쉽게 종결을 해야한다. 마지막 회기는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과 상담을 하게 되는데 한 학기동안의 변화와 성장, 그리고 아쉬움과 미래에 대해 나누는 시간이다.
이 아이는 학습에 어려움이 그다지 없었다. 애초에 선생님이 이 친구는 학교 생활태도에 문제가 커서 신청했다고 했었다. 아이들과의 잦은 갈등과 수업방해 등의 행동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나눠주셨다. 학습은 가르침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품행은 원인발견과 정서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이어 만난 아이는 첫 회기에 엄마와 학원에 대한 불만을 엄청 퍼부어댔다. 사실 학습상담이니 학습을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마냥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친구는 기초학력 미달이 아니기도 했고 어차피 마음이 풀리지 않는 상태에서 하는 공부가 효과가 없기에 성심을 다해 들어주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는 자신의 이야기가 받아들여지고 마음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면 금방 학습의 자리로 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그 날 이후, 나에게 그 때 처럼 심각한 정도의 분노의 찬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 점차로 불만과 힘든 이야기를 이야기 하는 횟수와 시간이 줄어갔고 오히려 더 밝아지고 차분해졌다. 우리는 거의 역사와 관련된 주제로 학습만 했다.
아이와의 상담을 마무리하고 선생님을 만났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들과 잘 지내고 수업시간에 문제행동을 보이는 횟수가 거의 제로수준에 가까워요"
이어 어머님과의 통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학원에서 선생님이 전화가 와서 물어봤어요. ㅇㅇ이에게 무슨일 있었냐고. 학습태도가 너무 달라졌다고요."
하면서 덧붙이시는 말씀.
"선생님이 마지막 시간에 주신 선물을 몇 일동안 가지고 다니더라구요"
내가 준 선물은 비눗방울 스틱이었다. 그것을 바로 쓰지 않고 가지고 다녔다는 건 비눗방울 자체 보다 그 선물에 그 친구에게 주는 의미가 특별했다는 것일게다. 아무튼 담임 선생님도, 아이의 어머니도 연신 감사의 인사를 표현하셨다. 아이가 변화되고 성장한 것도 놀라운 일인데 그 감사를 나에게 쏟아 놓으실때는 내가 이 감사를 받아도 되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의 관심, 어머니의 달라진 대처, 그리고 아이의 깨달음과 결심이 연합되어 일어난 일이 아닐까.
그럼에도 상담자였던 나에게서 원인을 찾아본다면 나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고 본다. 사랑과 관심이다. 이 아이와 함께 한 모든 것에는 그것들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상담자의 지지와 격려를 먹고 부쩍 성장했으리라고 본다. 단순하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태도. 이 경험은 반드시 사람을 달라지게 만든다. 기어코.
#학습상담 #종결상담 #성장과변화 #축하와격려 #누구한사람이아닌 #모두의콜라보 #잘했다 #사랑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