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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능력

아이의 성장이 뿌듯한 아빠

by 평사원철학자

목욕을 마친 후 거실에서 로션을 바르고 옷을 입히고 있었습니다. 부모가 온 힘을 다해도 아이에게 옷을 입히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 주면, 그것에 집중하며 잠시 조용해집니다. 어제도 평소처럼 물건을 하나 건네주었죠. 하지만 그 물건은 일시적인 것이기에, 옷을 다 입힌 후 회수해야 했습니다. 예전에는 순순히 내주었지만, 어제는 처음으로 떼를 쓰며 거부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가 많이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의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로서 마음 한편에서 뿌듯함이 올라왔습니다. 이 감정은 무엇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떼를 쓰는 행위는 반드시 유쾌한 것만은 아닙니다. 심지어 그것이 본인을 위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떼를 쓰는 모습을 보면, 부모의 마음이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어제 느낀 그 뿌듯함은 무엇이었을까요?


아이가 성장했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이었습니다. 성장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한 개인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입니다. 자신이 가진 물건에 대한 감정적 소유욕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소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종교적이거나 윤리적인 관념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유란 인간이 짧고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의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소유에 대한 애착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인간 본연의 모습 중 하나일 것입니다.


아이는 이러한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 속에 있습니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으며, 그 첫 번째 능력이 ‘소유’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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