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
한국은 오랫동안 유교의 영향을 받아 일상의 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중국의 한 인물의 사상이 수백 년 동안, 심지어 언어가 다른 한반도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은 참으로 신기합니다. 요즈음은 제사의 형식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 당연한 연례행사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제사의 형식은 사라지고 있지만, 어른을 공경하는 예절 문화는 여전히 우리 삶 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는 유교로 인해 형성된 문화가 한국인에게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유교라는 거대한 학문적 틀에서 보면, 일상에서의 의무적 행위는 개인에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유교가 지향하는 목적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필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교의 인간론과 사회론을 들여다보면 다소 엄격한 규칙들이 이해됩니다. 도덕의 주체로서의 개인은 이상적인 도덕적/윤리적 존재인 ‘군자’가 되기 위해 ‘극기복례’ 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언제나 유혹에 빠져 헛된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존재로 전락하죠.
유교 사상의 본질은 제사적 형식에 있지 않습니다. 본질은 개인의 도덕적/윤리적 회복과 동시에 공동체를 살피는 ‘인의’ 마음에 있습니다. 개인의 마음을 다스리고 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은 인간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러한 삶의 지혜는 기독교와도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이 보내주신 성령의 말씀을 따르고, 자신을 살피며,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죠.
자신을 다스리면서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태도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느꼈습니다. 논어를 읽으면서 어느 정도 공감했던 부분입니다. 유교 정신을 다시 살리자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에 솔직해지자는 겁니다. 자신을 다스릴 때에 올바른 판단력으로 누군가에게 유익을 줄 수 있습니다. 자신을 살피는 습관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