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태어나 그런지 나는 유난히 겨울을 좋아한다.
옷깃에 스며드는 찬 바람을 맞을 때면 참 기분이 좋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무더운 여름이 가고 밤낮으로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손끝으로 느낄 때면,
꼭 바람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자, 이제 행복해질 준비 됐어?"
올해 여름은 나에게 참 느리게 지나갔다.
꼭 가을이 오지 않을 것 처럼.
난생 처음겪어보는 일들에 당황하고, 불안한 나날을 겪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여름은 왜이렇게 더운건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식물들이 필요로 해서 그렇다고 한다.
사람에겐 너무나도 뜨거운 한 여름의 태양빛이
식물에겐 성장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빛이라고 한다.
아, 여름은 사람의 계절이 아니라, 자연 너희들의 계절이구나.
그래, 너희가 필요하다면 양보해야지.
더불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까.
1년중 3개월만 빼면 나머지 9개월은 나의 세상이니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어쨋든 시간은 흘러 올해도 가을을 데려왔고, 나는 그 가을을 손끝으로 느끼고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그냥 뭘하지 않아도 행복해진다.
자연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이것이 자연의 선물인가보다.
그래서 이번 가을도 맘껏 즐겨볼 계획이다.
산으로, 공원으로, 그냥 발걸음이 닿는 어디든.
가을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겨울을 맞아야지.
겨울은 봄을 데려오고, 봄은 또 여름을 데려오겠지만,
내가 해야 할일은 한 가지.
그저 오늘의 계절을 느끼고 음미하는 것.
그렇게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오늘을 살아가는 것.
이렇게 살다보면 내 삶은 저절로 채워진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