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다 힘든 인간관계
직장에 들어가면서 가장 힘든 것은
일이 아니라는 걸 곧 깨달았다.
보고서 작성이나 마감 기한보다
더 버거운 건 사람과의 관계였다.
관계는 보이지 않는 벽처럼
언제나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처음엔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성실하게 일하면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쉽게 깨져버렸다.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그 친절이 가면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면 뒤의 얼굴은 때로 너무나 잔혹했다.
겉으로는 웃으며 맞장구치지만
뒤돌아서면 비난이 쏟아졌다.
그 말들이 나의 등 뒤를 무겁게 눌렀다.
결국 나는 불신이라는 갑옷을 두르게 되었다.
가장 큰 적은 일의 난이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업무는 배우면 익숙해졌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예측 불가능한 말과 행동이 나를 지치게 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더 긴장되었다.
누구와 함께 먹을지,
어디에 앉을지가 작은 시험 같았다.
사소한 선택에도 눈치가 따라붙었다.
회의 시간은 또 다른 전쟁터였다.
누군가는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틈에서 나는 작은 돌멩이처럼 위축되었다.
인간관계는 업무보다 훨씬 소모적이었다.
서류는 마감하면 끝이 났지만,
관계는 매일 이어졌다.
끝나지 않는 긴장 속에서 나의 에너지는 점점 고갈되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큰 상처가 되기도 했다.
그 상처는 일보다 오래 남았다.
때로는 퇴근 후에도 지워지지 않았다.
관계의 벽은 내 자존감을 흔들었다.
나는 부족한 사람인가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벽의 본질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벽은 타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안에도 두려움이라는 벽이 있었다.
그 두려움이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모든 벽을 무너뜨릴 필요는 없었다.
어떤 벽은 나를 지켜주는 역할을 했다.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 되었다.
인간관계에서 완벽을 추구할 필요는 없었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는 없는 법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그래서 나는 경계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나친 친밀은 피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이 방식이 관계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지혜였다.
여전히 불편한 사람은 존재했다.
그러나 그들의 말과 행동에
과도하게 휘둘리지 않으려 했다.
벽 앞에서 작게나마 숨 쉴 틈을 만들 수 있었다.
결국 중요한 건 나 자신이었다.
내가 지치지 않도록 감정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했다.
관계의 벽을 넘지 못해도,
부딪히며 배우는 과정은 의미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겉모습보다는 그 사람의 태도와 일관성을 보게 되었다.
덕분에 벽을 세울 사람과
다리를 놓을 사람을 구분할 수 있었다.
여전히 관계는 어렵다.
그러나 예전처럼 압도당하지는 않는다.
벽을 인정하면서도 그 앞에서 나를 잃지 않게 되었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큰 과제는 결국 사람이다.
그 과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다룰 수는 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삶은 한결 가벼워진다.
관계의 벽은 언제나 내 앞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벽 앞에서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벽이 있었기에 나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