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의 속내에 깔린 고통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나는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
책상에 앉아 명함을 받아 들던 순간은 분명 특별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특별함은 오래가지 않아 금세 무채색으로 바뀌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사회에서 곧바로 쓰일 줄 알았다.
현실은 보고서 작성과 눈치 보기로 채워진 하루였다.
이 괴리는 나의 마음을 서서히 짓눌렀다.
가장 힘든 부분은 업무보다 인간관계였다.
겉으로는 웃으며 대하지만,
속은 알 수 없는 동료들이 많았다.
그들과의 거리에서 오는 피로감이 컸다.
친절한 척 다가왔다가
뒤에서 험담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말은 내 마음을 날카롭게 베어냈다.
그 순간마다 나의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
작은 실수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그 화살은 정당한 지적이 아니라,
타인의 불만을 투영한 것이었다.
나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처음에는 나만 문제라고 생각했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점심시간조차 마음 편히 보낼 수 없었다.
누구와 함께 앉아야 하는지 눈치를 봐야 했다.
심지어 혼자 먹을 때조차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무겁기만 했다.
퇴근길 버스 창밖 풍경조차 회색빛으로 보였다.
내 마음의 그림자가 세상을 덮어버린 듯했다.
일기장에 내 마음을 쏟아냈다.
‘오늘도 힘들었다’는 문장이 매일 반복되었다.
종이에 적힌 글자들이 나의 고통을 증명하는 듯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도 이상이 왔다.
잠을 이루기 힘들었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졌다.
마음의 그림자가 몸까지 잠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떠날 용기는 없었다.
사회 초년생이라는 이유로
버텨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그 무게는 나를 더욱 옭아맸다.
그 시절 나는 웃는 법을 잊어갔다.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은 공허했다.
내 안의 빛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어떤 날은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마음이 너무 지쳐서 감정조차 메말라버렸다.
나는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졌다.
주변에 털어놓을 곳도 없었다.
친구들에게 말하면 ‘다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또 다른 고립이었다.
직장 내 불공정함은 상처를 더 깊게 만들었다.
가해자는 멀쩡히 살아남고 피해자가 떠나는 구조였다.
이 부조리함이 나를 더욱 절망하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거리를 두기로 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선을 긋는 연습을 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였다.
손절은 쉽지 않았지만 필요했다.
겉으로는 예의를 지키되, 마음은 멀리 두었다.
그 방식은 내 마음을 조금은 지켜주었다.
여전히 직장은 버거운 공간이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휘둘리지는 않았다.
그림자를 다 없애진 못했지만,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사회생활은 단순히 업무가 아니라
관계의 연속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첫 사회생활의 민낯은 쓰디썼다.
그러나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단단해졌다.
검게 물든 그림자는
결국 나의 성장의 증거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