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로 다가와 상처를 남기는 사람들
처음 직장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사람은 친절한 얼굴을 한 동료였다.
그는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작은 도움도 아끼지 않았다.
그 모습에서 진심을 의심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한 말이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돌아왔다.
마치 대화가 벽을 통과해 퍼져나간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언제나 웃으며 다가왔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계산이 숨어 있었다.
겉과 속이 다른 모습에 서서히 불편함이 쌓여갔다.
친절이라는 가면은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겉보기에는 좋은 사람이었기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 가면 뒤의 얼굴을 본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배신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가왔다.
작은 실수를 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지적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도움을 주던 손길은 차갑게 등을 돌린 칼날이 되었다.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겉으로는 사소한 일이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오래 곪았다.
그때 처음으로 ‘가면 뒤의 얼굴’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인간관계는 늘 어렵지만,
가면을 쓴 사람과의 관계는 더 복잡했다.
겉으로는 고마움을 표시해야 했고,
속으로는 경계해야 했다.
이 모순이 나를 지치게 했다.
친절을 믿고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게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사람을 의심하며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태도를 찾기 시작했다.
친절을 받되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고마움은 표현하되 내 삶을 그들에게 맡기지 않았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 경험 이후로 나는 사람을
더 오래 지켜보게 되었다.
처음의 친절이 진심일 수도,
가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결국 진짜 얼굴을 드러내게 하는 힘이다.
회사 안에서 가면은 흔하다.
생존을 위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표정을 바꾼다.
나 또한 때로는 작은 가면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가면 뒤의 의도였다.
상처를 주려는 가면은 위험하다.
하지만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작은 가면은 필요할 수도 있다.
가면 뒤의 얼굴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무너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대신 배우기로 했다.
사람의 이중성을 인정하는 법을 말이다.
그때의 상처는 아직도 선명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상처가 내 방어막이 되었다.
한 번 다친 자리는 다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사람을 믿는 일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그러나 모든 관계를 의심만으로 채우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믿음과 경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한다.
친절은 여전히 소중한 가치이다.
그것이 가면일 수도 있지만,
진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둘을 구분하는 눈을 조금은 가지게 되었다.
언젠가 또 다른 가면 뒤의 얼굴을 마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는 예전처럼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 경험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의 벽은 결국 이런 가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누구나 벽을 세우고 가면을 쓴 채 살아간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관계의 첫걸음이다.
중요한 건 그 벽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벽 앞에서 나를 지키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할 필요가 없다.
대신 나를 지키며 필요한 관계를 선택하면 된다.
가면 뒤의 얼굴은 늘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얼굴에 놀라지 않을 것이다.
친절로 다가와 상처를 남기는 사람조차도
내 삶의 교훈이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