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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민낯 - 퇴사의 1순위 이유

기사 속 숫자가 말해주는 진실

by 노멀휴먼

최근 한 기사에서 ‘퇴사 이유 1위는 상사와의 갈등’이라는 문장을 보았다.

통계는 냉정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내가 떠났던 회사의 장면들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 10년 동안,

나는 여러 이유로 퇴사를 고민해 왔다.

업무 과중이나 성과 압박보다 힘들었던 건 ‘사람’이었다.

특히 권력의 위치에 선 이들의 태도는

조직의 공기를 바꾸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회사에서 떠나는 사람의 대부분은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사람이 힘들어서 떠나는 것이다.

그 말이 너무 익숙하고,

너무 흔해서 이제는 진부하게 들릴 정도이다.


하지만 진부하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는 뜻이다.

즉,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새로 온 상사가 팀을 완전히 흔들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사람들은 하루 종일 긴장했다.

업무보다 분위기를 파악하는 일이 더 큰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때 나는 ‘직장은 결국 사람의 심리전이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성과는 숫자로 남지만,

감정은 기록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 건

언제나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었다.


조직 내 권력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그 힘은 때로는 명확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그 힘이 사람을 움직이게도, 멈추게도 한다.


문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떠난다는 점이다.

그들은 조직의 평화를 위해,

혹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회사를 나선다.

결국 문제의 뿌리는 남고,

순응한 자만이 생존하게 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인재 육성을 외쳐도 소용이 없다.

신입은 금세 눈치를 배우고,

중간관리자는 침묵을 택한다.

그 결과, 남는 건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 ‘버티는 사람’이다.


나는 그 시스템 속에서 한동안 버티려 했다.

그러나 매일 아침 출근길에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버티는 것만으로는 나를 지킬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퇴사를 결심한 날,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웠다.

두려움보다는 해방감이 컸다.

이제 더 이상 부당함을 참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그 후로도 뉴스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기사를 종종 본다.

수치로 보면 작아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얼굴이 숨어 있다.

숫자는 차갑지만, 그 속엔 고통이 녹아 있다.


흥미로운 건, ‘직장 내 괴롭힘’이 법적으로 금지되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도는 생겼지만, 분위기는 그대로이다.

결국 문화의 문제이자, 태도의 문제이다.


조직이 바뀌려면, 권력을 쥔 사람이 먼저 변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의 구조가 그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회사’란 결국

‘좋은 상사’가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상사가 괜찮으면 팀이 살아난다.

리더의 한마디가 사람의 하루를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도 가끔 예전 상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중에는 진심으로 존경했던 사람도 있고,

떠올리기조차 불편한 사람도 있다.

그 차이를 만든 건 결국 ‘존중’이었다.


존중이 있는 조직은 문제를 대화로 해결한다.

존중이 없는 조직은 문제를 사람으로 해결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언제나 힘이 약한 쪽이다.


나는 이제 숫자보다 사람을 본다.

성과보다 분위기가 건강한 곳이 오래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숫자는 잠시 빛나지만, 사람은 오랫동안 남는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 경험이 나에게 직장의 본질을 가르쳐주었다.

일보다 중요한 건 언제나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기사 속 숫자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다.

그건 우리가 외면해 온 현실의 민낯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숫자 뒤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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