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유능한 사람일수록 더 힘든 이유
스스로를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완벽주의자의 그림자
회사에서 가장 먼저 지치는 사람은
종종 가장 유능한 사람이다.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혹독하게 다룬다.
그 마음 깊은 곳에는
“나는 더 잘해야 한다”는 조용한 압박이 숨어 있다.
유능함은 칭찬처럼 들리지만, 때로는 무거운 짐이 된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자신을 몰아세운다.
칭찬이 보상보다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한동안 내 한계를 인정하지 못했다.
주어진 일은 반드시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다 어느 날,
완벽을 향한 욕망이 나를 갉아먹고 있음을 깨달았다.
유능한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이 높다.
타인의 기대보다 스스로의 기준이 더 엄격하다.
그래서 누구보다 자신에게 실망하기 쉽다.
“이 정도면 잘했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 있는가.
대부분의 완벽주의자들은 그런 말조차 쉽게 하지 못한다.
스스로에게 박한 사람은
타인에게서 인정받아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말한다,
유능한 사람은 일을 즐기니까 행복할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책임감과 불안이 얽혀 버틴 날이 더 많다.
능력이 곧 여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완벽주의자들은 실패를 극도로 두려워한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밤새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 두려움이 성장을 막는다.
겉으로 보기엔 침착하고 유능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치열하게 자신과 싸우고 있다.
그 싸움에서 지치면 번아웃이 서서히 찾아온다.
번아웃은 갑자기 오지 않고 천천히 몸과 마음을 잠식한다.
나는 과거에 ‘쉬고 싶다’는 감정조차
죄책감으로 느낀 적이 있다.
쉬면 뒤처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내가 잃어버린 것은
체력만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였다.
완벽을 추구할수록 속도는 빨라지지만, 방향은 흐려진다.
기한을 맞추고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다 보면 의미가 사라진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잊게 된다.
유능한 사람일수록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
타인의 도움을 받으면
‘능력이 부족한가’라는 불안이 고개를 든다.
그래서 더 많은 일을 혼자 떠안는다.
그러나 진짜 능력은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협력은 부족함이 아니라 성숙의 방식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어깨의 무게가 조금 줄어든다.
완벽주의자는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사람’이 된다.
이 정체성은 자유를 빼앗는다.
사람이 아니라 ‘역할’로 살아가는 느낌이다.
유능함의 함정은 ‘기대의 늪’이다.
잘하면 더 큰 일을 맡고,
쉬려 하면 “너라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이 돌아온다.
칭찬이 아닌 압박으로 들릴 때가 많다.
가끔은 적당히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적당함이 무능함이 아니다.
적당함은 지속가능함의 다른 이름이다.
완벽주의의 반대는 무기력이 아니다.
완벽주의의 반대는 ‘균형’이다.
균형을 잡는 것이 진짜 성숙이다.
스스로에게 여유를 허락하는 사람은
오히려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쉬는 시간은 게으름이 아니라 유지 보수이다.
정지해야 다시 전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선택은 능력의 또 다른 표현이다.
나는 지금도 때때로 완벽주의의 유혹에 흔들린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나 자신에게 조금 더 따뜻해지려 노력한다.
그 한 걸음이 나를 지치지 않게 만든다.
유능함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력이다.
완벽은 환상이고, 균형은 현실이다.
나를 몰아붙이는 대신
지켜주는 태도가 결국 가장 멀리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