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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직장 내 침묵의 심리학

부당함을 알아도 말하지 못하는 이유

by 노멀휴먼

직장에서는 옳은 말보다

조용히 있는 선택이 더 안전할 때가 많다.

부당함을 알아도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한 용기의 부족이 아니다.

그 뒤에 숨은 것은 관계의 리스크와 생존 본능이다.


누군가가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우리는 속으로 분노하지만 입을 닫는다.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내가 대신 나설 필요는 없지 않을까’이다.

공감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늘 멀다.


한 번은 부당한 지시를 받은 동료를 위해 의견을 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감사가 아닌 미묘한 거리감이었다.

그때 배웠다, 선의라도 누군가의 영역을 건드리면

오히려 외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침묵은 비겁함이 아니라 전략일 때가 많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생존은 때로 정의보다 우선한다.

살아남아야 바꿀 수 있다는 심리가 우리를 조용하게 만든다.


회의에서 누군가 부당한 평가를 받을 때,

말하고 싶어도 주저하게 된다.

‘괜히 나까지 찍히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목을 막는다.

침묵은 방어막이다.


직장에서는 진실이 늘 환영받는 값이 아니다.

솔직함은 미덕이지만 조직에서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정직은 용기지만, 때로는 경솔함이다.


침묵은 조직을 병들게 하지만,

동시에 개인을 지키는 기능을 한다.

이 모순 속에서 우리는 균형을 찾으려고 애쓴다.


상사가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

반대 의견을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그 결정이 나와 밀접한 관련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괜히 힘 빼지 말자’는 자기 합리화가 침묵을 정당화한다.


조직은 때로 불합리함에 침묵하는 사람을 더 오래 남긴다.

목소리를 내는 사람보다 조용히 따르는 사람이 안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안정은 성장이 멈춘 자리일지도 모른다.


침묵은 습관이 된다.

처음에는 조심해서 말하지 않다가,

나중에는 말할 이유마저 잊는다.

그때 우리는 스스로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침묵이 나쁜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감정을 다듬고 상황을 지켜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숙성된 말은 날카로움 대신 힘을 갖는다.


내가 침묵을 선택할 때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모든 전장을 뛰어다닐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투사가 아니라 생활인이다.


문제는 ‘계속’ 침묵할 때 생긴다.

불합리함이 쌓이면 마음은 굳고, 의지는 닳는다.

그때 조직과 마음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일부는 침묵으로 생존을 선택하고,

일부는 목소리로 생존을 선택한다.

정답은 없다, 다만 각자의 방식이 있을 뿐이다.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것도 직장인의 지혜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말해야 할 순간이 온다.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경계선이 있기 때문이다.

그 선이 무너지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나로 존재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다.

조직은 침묵 속에서 더 많은 진실을 본다.

그 침묵은 기록이 되어 마음에 남는다.


사람들은 말보다 눈빛으로 진심을 읽는다.

눈을 피하는 자와 조용히 바라보는 자는 이미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침묵 속에서도 신뢰와 배신은 자란다.


직장은 생존의 공간인 동시에 성장의 공간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챙기려면

언제 말하고 언제 침묵할지를 배워야 한다.

그것이 조직 속 심리적 주도권이다.


침묵을 무조건 깨라거나, 무조건 지키라는 말은 틀렸다.

중요한 것은 나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기준이 없으면 침묵도 목소리도 흐름에 휩쓸린다.


이제 나는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기가 될 수도, 방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침묵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마음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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