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에 대하여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마음

by 노멀휴먼

누구에게나

가끔은 혼자 있는 밤,

아무도 모르게 가슴속을 툭 치고 가는 기억이 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

이제는 그저 마음속에서만 되뇌게 되는 장면.


그게 바로

후회다.


서른을 넘기고,

직장생활에 조금 익숙해질 무렵부터

나는 매해 가을이 되면

유난히 마음이 조용해졌다.

그 조용함은 평화로움과는 다른 결의 것이었다.

지나온 시간에 대해 자주 돌아보게 되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들,

말하지 못했던 마음들,

용기 내지 못했던 순간들을 자꾸만 떠올리게 된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그때, 첫 회사를 조금 더 버텼더라면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이직 후 적응하지 못해 숱하게 흔들렸던 날들,

혼자 술 한 잔 기울이며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걸까’ 자책했던 그 밤들이

아직도 선명하다.


스스로도 모르게

좋아했던 사람에게 너무 무심했던 날.

도움을 요청하는 후배에게 바쁘다는 이유로

말을 잘라버렸던 날.

가족의 전화에 피곤하다는 핑계로

통화를 미뤘던 주말.


그 모든 장면들이

뒤늦게 생각나 마음을 톡톡 건드린다.

그리고 문득

그땐 왜 그랬을까,

이런 질문이 가슴에 맴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명확해진다.

하지만 그때는,

그 순간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상황을 잘 몰랐고,

감정에 휘둘렸고,

무엇보다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까,

후회는 내가 나를 혼내기 위한 감정이 아니라

그만큼 진심이었음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감정이다.


나는 후회로부터 배웠다.

내 말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날카롭게 들릴 수 있는지.

내 무심함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지나간 시간을 탓하는 대신

다시 다가올 내일을 더 따뜻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표현을 아끼지 않고,

고마운 마음은 그날 바로 전하고,

사소한 일일수록 더 정성껏 대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언젠가’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혼자 살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는 날도 많다.

퇴근 후 불 꺼진 집에 들어와

조용히 앉아 있으면

지나간 시간들이 조용히 마음을 두드린다.


그 속엔 분명히

잘했던 일도 있고

자랑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후회가 가장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건 내가 그 순간에,

진심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안다.

후회를 미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그건 내가 더 잘하고 싶었고,

더 다정하고 싶었고,

더 용기 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픈 마음이라는 걸.

그리고 그 감정을 자주 느끼는 사람일수록

결국 더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걸.


후회는 나를 흔들지만,

결국 나를 더 깊게 만든다.

사람과 관계에 조금 더 진심이 되고,

나 자신의 감정에 조금 더 민감해지고,

이 다음을 더 조심스럽고 따뜻하게 살아가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후회를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의 내가

그리워할 오늘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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