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어도 괜찮은 순간
편안함은
요란한 감정이 아니다.
심장이 뛰지도 않고,
눈물이 날 만큼 벅차지도 않다.
그저 마음이 가라앉고,
호흡이 고르게 이어지는 느낌.
세상의 소음에서 한 발 물러나
나답게 숨 쉴 수 있는 순간.
나이가 들수록
“좋아하는 사람”보다
“편안한 사람”이 좋다고들 말한다.
예전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좋아하면 좋은 거지,
왜 굳이 '편안함'이 중요하다고 할까?
그런데 살아보니 알겠다.
좋아하는 감정은 빠르게 타오르지만,
편안함은 오래도록 곁에 남는다.
편안함은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것.
침묵마저도 자연스러운 공기로 느껴지는 것.
말끝을 조심하지 않아도
상처를 주지 않고, 받지도 않는 상태.
이건 생각보다 귀한 일이다.
사람들 틈에 있으면서도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반대로,
한 사람 옆에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이 고요해질 때가 있다.
편안함은
바로 그 두 번째 경우에 찾아온다.
그리고 꼭 사람뿐만이 아니다.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공간, 시간, 습관들도 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양말을 벗고,
조명을 낮추고,
소파에 몸을 던지는 그 순간.
무엇을 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가 쉬어지는 느낌.
아, 오늘 하루 잘 버텼다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듯 말하게 되는 저녁.
그게 편안함이다.
나는 카페보다는
조용한 도서관을 좋아한다.
북적이는 장소보다
사람이 많지 않은 작은 골목길을 더 좋아하고,
새벽의 고요함을 가장 사랑한다.
편안함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리듬을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점점 더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편안함은
내가 나 자신과 잘 지낼 때 찾아온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고,
실수 하나에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아도 되고,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하지 못했더라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해줄 수 있는 것.
그럴 때
비로소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다.
예전엔
바쁘고 치열하게 사는 삶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해야 할 일을 줄 세워놓고,
틈틈이 뭔가를 배우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런데 그렇게 달리기만 하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나는 나랑 잘 지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멈췄고,
그제야 편안함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덜 완벽하더라도,
내가 나로서 편안한 삶을 원한다.
남의 기대에 맞추기보다는
내 마음에 귀 기울이고,
남들처럼 살기보다는
내 속도와 방향을 찾는 삶.
편안함은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연습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작고 조용한 일상에 마음을 기댄다.
아침 햇살이 부서지는 창가,
익숙한 라디오의 목소리,
내가 좋아하는 노래 한 곡,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저녁.
그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