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에 대하여

가끔 이유 없이 무거운 날들

by 노멀휴먼

달 전이었다.

직장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일상에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익숙함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졌던 무력감이

조용히 마음을 누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눈 뜨는 게 힘든 날이 있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누가 상처를 준 것도 아닌데

그냥 모든 게 귀찮고 무겁다.


출근 준비를 하며 거울을 보는데

낯선 얼굴이 비친다.

무표정한 내 얼굴,

애써 만든 단정한 차림,

그리고 마음속의 깊은 고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지만

속으로는 무언가 자꾸만 가라앉고 있다.


가끔 우울감은 나를 찾아온다.

주말 아침, 누울 이유가 없음에도 이불에서 나오지 못하는 날.

누군가의 연락조차 피곤하게 느껴지는 날.

괜히 서운하고, 괜히 화가 나고,

괜히 나 자신이 싫어지는 날.


그럴 때면 냉장고를 열었다가 닫고,

TV를 켰다가 금세 끄고,

핸드폰만 멍하니 들여다보며

하루를 흐릿하게 흘려보낸다.


회사에서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늘 말끔한 표정과 태도를 유지하지만,

사실 나는 매일

조용히 스스로를 붙들고 있다.

‘아직은 괜찮아.’

‘조금만 더 버티면 돼.’


그렇게 마음속에서 나와 내가 대화하며

하루를 살아낸다.


예전에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내가 약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잘만 살아가는데

나는 왜 이렇게 자주 가라앉을까,

왜 이렇게 쉽게 무너질까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우울한 날도, 그저 그런 날도,

내 삶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억지로 털어내려 하지 않는다.

기운 내야지, 애쓰지 않는다.

그냥 그런 날에는

따뜻한 물을 끓이고,

불을 낮춰 놓은 방에서

조용히 라디오를 듣는다.

마치 마음도 데워지는 것처럼,

작은 온기를 내게 건네준다.


나는 안다.

이 우울함이 내 전부는 아니라는 걸.

이 감정은 지나가고

다시 웃게 될 날이 온다는 걸

여러 번의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오늘도

무기력한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는다.

괜찮아,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그 말 한마디로

나는 스스로를 지탱한다.


이제는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오늘은 좀 우울하네요."


그리고 그런 나날들이 있었기에

나는 조금 더 부드러워졌고,

다른 이의 슬픔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그건, 내 인생이 조용히 가르쳐 준 가장 깊은 진리다.


우울감은 감추어야 할 약함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이라는 가장 자연스러운 증거다.

그리고 그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절대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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