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감에 대하여

흔들려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마음의 무게

by 노멀휴먼

안정감은

감정을 휘몰아치는 힘이 아니다.

누군가를 놀라게 하거나,

마음을 들뜨게 하지는 않는다.


그저,

가만히 앉아 숨을 고를 수 있게 해주는 것.

지금 이 자리가

내가 있어도 되는 자리라는 안심.


어디에도 내몰리지 않는 느낌.

그게 바로 안정감이다.


어릴 땐

무엇을 이루는지가 중요했다.

더 많은 것을 해내고,

더 높은 곳에 서 있는 사람이 멋져 보였다.


하지만 살수록 알게 된다.

'더 많이'보다는

‘무너지지 않게’ 사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걸.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감정이

바로 안정감이라는 걸.


안정감은

크게 울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만들어준다.

감정을 무겁게 누르지 않아도 되고,

말끝마다 나를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


나답게 있어도 된다는 허락.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믿음.

그 안에서

사람은 비로소 숨을 쉰다.


안정감은

‘변화 없는 하루’라는 이름으로 찾아올 때도 있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식탁,

출근길에 마주치는 이름 모를 나무,

퇴근 후 켜두는 간접조명의 따스함.


이런 사소한 것들이

우리 삶을 붙잡아준다.

마음이 흔들릴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준점’이 되어준다.


내게 안정감을 주는 순간들이 있다.


금요일 저녁,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맥주 한 캔을 들고 소파에 앉는 시간.

휴대폰은 잠시 멀리 두고

조용히 창밖을 바라볼 때,

‘괜찮아, 오늘도 잘 견뎠어’

하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럴 때,

삶은 잠시 쉬어간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안정감도 있다.


모든 말을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는 사람.

실수해도 눈빛이 변하지 않는 사람.

내가 나일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관계.


그런 사람 곁에 있으면

표현하지 않아도 괜찮고,

침묵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보다,

그 사람이

내 마음을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준다는 사실.

그게 훨씬 더 크고 깊은 위로가 된다.


물론,

안정감이란 말은

어쩌면 ‘지루하다’는 말과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지루함은 무기력이고,

안정감은 회복이다.

지루함은 나를 잊게 하지만,

안정감은 나를 만나게 한다.


나는 이제

계속 앞으로 가는 삶보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잊지 않는 삶을 더 원한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잠시 멈춰도 괜찮다.


무너지지 않고

지금 여기에 서 있는 나를

내가 믿어주는 일.


그게 내가 요즘 배워가는

‘어른의 안정감’이다.


지금의 나는

어떤 성취보다,

지금 이대로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나 자신이 더 좋다.


이렇게 조용한 일상 속에서

마음은 다시 중심을 잡고,

삶은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