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에 대하여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 것들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는 순간

by 노멀휴먼

감사함은 늘,

조용히 내 곁에 있었던 감정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하루의 끝에서

문득 고개를 드는 마음.


그런데 그 소중함을

우리는 너무 자주 잊고 산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다는 걸

잃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나는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비슷한 길로 출근하고,

비슷한 일들을 반복한다.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도 많고,

가끔은 무기력에 휩싸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일상이 언제부턴가

감사의 대상이 되었다.


어느 겨울 아침이었다.

목감기로 며칠을 앓고 난 뒤,

간신히 회사에 출근하던 날.

회사 식당의 따뜻한 된장국을

한 숟갈 떠먹는 순간,

눈물이 날 뻔했다.


몸이 불편했던 며칠 동안,

밥을 챙겨 먹는 일조차 버겁고

따뜻한 국 한 그릇이 그리운 순간들이 많았다.


그 순간 알게 됐다.

별것 없다고 생각했던 일상들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조건이

겹쳐져야 가능한 기적 같은 일이었는지를.


퇴근길에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 한 곡,

지하철 창밖으로 스치는 노을,

집 문을 열었을 때 반겨주는 고요한 정적.

그 모든 게 나를 위한 선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 모든 것이 너무 먼 일일 수도 있다는 걸

잊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사람들.

내 곁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연들 중

내 안에 남아 있는 몇 사람은

문득 떠오르기만 해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친구,

때때로 안부를 묻는 동료,

가끔은 웃으며 “오늘 힘들었지?”라고 말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삶은 버틸 만한 것이 된다.


예전엔 ‘감사’라는 말이

왠지 무겁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정식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건

쑥스럽고, 조금은 과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고마움은

누군가를 살리는 말이기도 하다는 걸.


“덕분에 오늘 하루 잘 버텼어요.”

“그 말, 저한테 큰 힘이 됐어요.”

“같이 있어서 참 좋았어요.”


그런 짧은 말이

한 사람의 하루를,

어쩌면 삶을 바꾸기도 한다.


가끔은,

나 자신에게도 고마워하고 싶다.


아무리 지쳐도

또 하루를 시작하고,

억울해도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누군가를 챙기느라

자기 마음은 뒤로 미뤄둔 날들.


그런 나에게도

“수고했다”고,

“잘해왔다”고

말해주고 싶다.


감사는 커다란 감정이 아니라

마음을 천천히 여는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불평보다 먼저 고마움을 떠올리는 연습,

잃기 전에 소중함을 알아보는 연습.


그렇게 살아가면,

삶이 조금은 덜 퍽퍽해지는 것 같다.


요즘 나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에

다시 감사하려고 한다.


아침에 눈을 떴다는 사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기,

밥 먹을 수 있는 입맛,

퇴근 후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조용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까지.


감사는

가진 것에 집중하게 만든다.

잃은 것보다 남아 있는 것에

눈을 돌리게 한다.


그렇게 우리는

감사의 언어를 배우며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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