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하지 못한 말들

지나간 관계 속에 남겨진 진심

by 노멀휴먼

그때 하지 못한 말들이 있다.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흘려보낸 말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순간엔 너무 무겁고 낯설어서

말로 만드는 게 두려웠던 진심들.


어쩌면 우리는 말이 모든 걸 바꿔줄 거라 믿는다.

하지만 동시에, 말이 모든 걸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주저했고, 망설였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솔직해지는 게 용기가 아니라

무모함이라고 생각했다.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었고,

혹시 그 말 한마디가 관계를 끝내버릴까 봐

차라리 침묵을 택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하지 못한 말들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마음 한 구석에 오래 머물며

가끔은 무겁게, 가끔은 쓸쓸하게

나를 붙잡아 둔다는 걸.


그때 솔직했다면 달라졌을까.

아마 관계가 금이 갔을 수도 있고,

어쩌면 더 가까워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는 지금보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그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남겨두는 말들은

때로는 미련이 되고,

때로는 아쉬움이 된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쌓일수록

관계의 기억은 아름답지만은 않은 색으로 번진다.


생각해 보면,

그때 하지 못한 말들 중에는

고마움도 있었고, 미안함도 있었고,

어쩌면 사랑한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진심일수록 말하기 더 어려웠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우리는 더 조심스러워진다.

잘 지켜온 관계를 깨트릴까 봐,

상대의 마음을 다칠까 봐,

혹은 내 마음이 다칠까 봐.

그래서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내 마음을 알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표정과 행동만으로는 진심이 전해지지 않는다.

그건 지나고 나서야 배운 단순한 진리였다.


이따금,

그때 하지 못한 말들이 나를 찾아온다.

마치 꿈에 나타나는 사람처럼,

예고 없이 불쑥 다가와 마음을 흔든다.

그럴 때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앞에서

잠시 멍하니 서 있게 된다.


누군가는 말한다.

하지 못한 말들이 있기에

관계가 더 오래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아마도 그건 진실일 것이다.

다만 그 남음이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쓰라리다는 게 문제일 뿐.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

말해야 할 때,

망설이지 않고 꺼내는 연습을 하기로.

완벽하게 포장된 문장이 아니어도,

어색하고 서툰 표현이라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어쩌면 용기란,

말을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마음을 내어놓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 태도가 관계를 지키든,

혹은 놓아버리게 하든,

결과는 그다음의 이야기다.


이제는 더 이상

마음속 깊이 묻어둔 말들이

나를 붙잡아 두지 않았으면 한다.

그때 하지 못한 말들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말들로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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