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이라는 복잡한 감정에 대하여
미움과 그리움은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감정 같지만,
이상하게도 자주 함께 온다.
한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속에
여전히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을 때,
그 복잡함은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까웠던 사이일수록 이 감정은 더 선명해진다.
서로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상처가 깊을수록 그리움도 깊어진다.
좋았던 시절의 기억이
미움 속에서도 자꾸 고개를 든다.
나는 한동안 누군가를 미워했다.
그 사람이 나를 힘들게 했던 말과 행동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 함께 웃었던 순간들까지
지워지지 않고 따라왔다.
그리움은 때때로 배신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미운 사람을 왜 자꾸 그리워하는 거지?”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마치 미움이 흔들리는 순간,
내가 당했던 아픔마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알게 됐다.
미움과 그리움이 함께 오는 건
모순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우리가 미워하는 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아니라,
그중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좋았던 기억이 존재했던 건 사실이고,
그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건
내 마음이 그만큼 깊이 움직였었다는 증거다.
그래서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건,
결국 한 사람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애증이라는 감정은
미움과 그리움이 번갈아 얼굴을 드러내는 과정 속에서
우리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이쪽으로 가면 저쪽이 따라오고,
저쪽을 바라보면 다시 이쪽이 밀려온다.
그 감정 속에서 가장 힘든 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었다.
미워할지, 그리워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사람의 마음은 하나의 색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그 사람을 떠올릴 때,
따뜻함과 차가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건
내 마음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그 관계가 진짜였기 때문이다.
결국 미움과 그리움이 함께 오는 날들 속에서
나는 조금 더 나를 이해하게 됐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지워버리려고 하기보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그 덕에 마음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졌다.
이제는 안다.
누군가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건 마음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그만큼 내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던 흔적이다.
그래서 나는 미움 속의 그리움을,
그리움 속의 미움을
그저 내 안에 나란히 두기로 했다.
둘 다 나의 진심이었고,
둘 다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든 감정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