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침묵 후, 다시 말을 걸어보는 용기
“잘 지내?”
참 단순한 인사인데,
어쩐지 그 말을 꺼내는 게 점점 어려워질 때가 있다.
한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주고받던 말이었는데,
이제는 대화의 첫 문장조차
조심스럽게 고르며 머뭇거리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서로의 소식이 뜸해졌다.
연락이 끊긴 건 아니지만,
그저 바쁘다는 이유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핑계로
그 간격은 조금씩 길어졌다.
그렇게 멀어진 거리를 인정하기가 싫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니다.
문득 그 사람을 떠올릴 때면
잘 지내고 있는지, 힘든 건 없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너무 오래 침묵한 나머지
그 궁금함마저 불편한 질문이 되어버린다.
혹시 내가 너무 늦게 찾은 건 아닐까,
그 사이에 이미 관계의 문이 닫힌 건 아닐까.
‘잘 지내?’라는 말은
현재의 안부를 묻는 동시에
그동안의 침묵을 마주하게 한다.
그 공백 속에 서로 다른 삶이 자라 있었음을,
그리고 그 삶이 더 이상 예전만큼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그저 안부를 묻는 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미안함, 그리움, 어색함이 함께 담겨 있다.
그 무게를 견디려면
마음 한편을 조금은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나는 몇 번이고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했다.
‘잘 지내?’만 쓰기엔 너무 가볍게 느껴지고,
길게 쓰자니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그러다 결국, 가장 짧은 문장으로 보냈다.
잘 지내?
답장은 금세 오지 않았다.
그 몇 시간, 며칠이 길게 느껴졌다.
혹시 내가 불쑥 나타난 걸 부담스러워하진 않을까,
그 사이에 우리가 너무 달라진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도착한 한 줄의 답장.
“응, 잘 지내. 너는?”
단순한 문장인데,
그 안에 담긴 온기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어쩌면 나만 어색해했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그냥, 예전처럼 내 안부를 받아준 것이다.
우리가 나눈 대화는 예전처럼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주고받음만으로도
서로의 거리가 조금은 줄어든 것 같았다.
마치 한동안 닫혀 있던 창문을
조심스레 열어 바람을 통하게 하는 기분이었다.
때로는 관계를 다시 시작하는 데 거창한 말이 필요 없다.
작은 인사, 단순한 안부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그 한마디가 침묵의 벽에 금을 내고,
그 금이 조금씩 틈이 되어 빛을 들인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 인사를 반가워하진 않을 수 있다.
어떤 관계는 이미 그 자리에 멈춰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지,
내가 시도조차 하지 않을 이유가 되진 않는다.
중요한 건,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마음속에 저장해 둔 이름 앞에
조심스럽게 ‘잘 지내?’를 올려둔다.
그 말이 어색함을 깨는 열쇠가 되길 바라며.
그리고 언젠가,
그 인사가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우리 대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