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실망이 쌓여 무뎌진 마음에 대하여

by 노멀휴먼

더 이상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냉정하게 마음의 문을 닫겠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조금 덜 바라보기로 한 선택이다.


한때는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간절히 바랐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표정과 분위기만으로

속마음을 읽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았다.

그리고 기대가 어긋날 때마다

마음 한편에 실망이 차곡차곡 쌓였다.


기대는 원래 애정에서 비롯된다.

좋아하니까, 소중하니까,

더 바라게 되는 거다.

하지만 그 기대가 계속 어긋나면,

애정도 같이 닳아간다.


나는 그것이 무서웠다.

사람보다 실망이 먼저 떠오르는 관계.

좋았던 기억보다

섭섭했던 순간이 더 선명하게 남는 관계.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기대를 조금 내려놓기로.


기대를 줄이면 처음엔 허전하다.

마음속에서 무언가 비어버린 것 같았다.

그 공백이 낯설어

어색하게 웃으며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그 공백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걸.

오히려 숨이 편해졌다.


‘왜 몰라줄까’ 하는 서운함 대신,

‘그럴 수도 있지’라는 이해가 들어섰다.

그 이해는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서운함이 줄어드니,

그 사람을 향한 애정이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


기대하지 않는다는 건

무관심과 다르다.

그건 내 마음의 주도권을

내가 쥐는 일이다.


누군가의 행동에 따라

기분이 들쑥날쑥하지 않도록,

내 온도를 내가 지키는 방법이다.


그 사람은 여전히 같은 모습일지 몰라도

나는 조금 달라졌다.

서운함이 덜하고, 이해가 많아졌고,

애정을 잃지 않는 쪽을 선택하게 됐다.


우리는 관계를 유지하려고

기대를 품는다.

기대가 없으면

관계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때로는

기대를 내려놓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가장 단단한 방법이 된다.


기대는 상대의 영역에 달려 있지만,

기대하지 않는 평온은

온전히 내 몫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다짐한다.

더 이상 기대하지 않기로.

그게 내가 나를 지키고,

관계를 오래 지키는 방법이니까.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다짐 속에서

조금 더 편안하게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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