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과 관계의 마무리에 대하여
인연을 맺는 건
생각보다 간단할 때가 있다.
같은 공간에서 스치듯 마주친 순간,
작은 관심과 웃음이 오가는 대화,
그리고 알 수 없는 끌림이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여는 순간들.
시작은 종종 그렇게 부드럽게 온다.
마치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하지만 끝은 다르다.
더 이상 이어갈 힘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말을 꺼내는 일은
마음속에서 수십 번이나 망설여진다.
무엇이 맞는지,
어떤 표정으로 전해야 하는지,
심지어 그 순간의 공기는
숨조차 쉬기 어려울 만큼 무겁다.
함께한 시간이 길수록
그 무게는 더 커진다.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이름 붙일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얽히고설켜
서로를 붙잡는다.
우리는 종종
“좋게 끝내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좋다는 건 누구의 기준일까.
상처 없는 이별이
정말 가능하기는 한 걸까.
어쩌면 좋은 이별이란
아픔이 없는 이별이 아니라,
그 아픔을 인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안해”와 “고마워”를
같이 담아 보내는 것.
나는 한 번도
완벽한 이별을 해본 적이 없다.
때로는 도망치듯 등을 돌렸고,
때로는 끝까지 붙잡다
서로 지쳐 쓰러지듯 놓아버렸다.
그럼에도 기억 속 몇몇 이별은
이상하게도 따뜻하게 남아 있다.
마지막 순간,
우리는 서로를 탓하지 않았고,
남은 좋은 기억들을
조심스레 포장해 건넸다.
그날 이후 연락은 끊겼지만,
그 사람을 떠올릴 때면
나는 여전히 미소 지을 수 있다.
그건 그 관계가
상처보다 아름다운 장면으로
내 마음에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잘 끝내는 일은
결국 잘 사랑하는 일과 닮아 있다.
상대의 마음을 존중하고,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는 것.
다시는 만나지 않더라도
서로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주는 것.
인연의 끝은
언제나 허무하고 조금은 아프다.
하지만 그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시간은 상처로 남을 수도,
따뜻한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끝맺음이 두렵더라도
피하지 않으려 한다.
좋은 시작만큼
좋은 끝도 내 삶에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