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가족

욕조에 갇힌 엄마

가까운 이웃이 먼 형제보다 낫다

by 보니

“어무이 오데 가셨나? 교회 안 보이네? ”

“주무시나 보다. 확인해 볼게”

오후 1시가 넘어 주고받은 메시지다.


치매인 엄마는 주간보호센터가 쉬는 날인 일요일에는 혼자 교회에 가신다. 사건은 꼭 이럴 때 일어난다.

깨끗이 씻고 하나님 앞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엄마는 혼자 욕조에 들어갔다. 잘 걷지도 못하는 엄마는 따뜻한 욕조 안에 주저앉았다.

엄마는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무거운 화장품 가방을 들고 통영일대를 안 다닌 곳이 없다. 그 덕에 퇴행성관절염에 걸렸다. 적어도 우리 가족들은 그렇게 믿는다.

엄마는 통증 때문에 잘 걷지 못하신 지 10년이 훨씬 넘었다. 못 걸으니 근육이 빠질 수밖에. 바닥에 앉으면 잘 일어서지 못하신다.

엄마는 욕조에서 일어나지 못해 3-4시간 동안 욕조 안에 갇혀있었다.


자식들은 다 서울에 산다. 주일에는 나도 아침부터 교회에 간다.

혹시나 싶어 설치한 CCTV는 인터넷이 연결돼야 작동이 된다. 인터넷이 문제인지 꺼져있다.

엄마는 안 쓰는 전기라고 자주 스위치를 내려버린다.

메시지를 받고 할 수 있는 것은 전화밖에 없다.

전화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은 연락받은 지 한 시간 후였다.


“엄마! 오늘 교회 안 갔어?”

“응”

“왜 안 갔어?”

“그냥 안 갔어.”

“그냥?! 거짓말하지 말고 바른대로 말해라.”

“목욕탕에서 못 나왔다. 태윤이가 와서 꺼내줬다. 인자 괜찮다.”

(2초간 정적 = 화가 폭발할 것 같아서 잠시 숨을 참았다)

최대한 차분히 말했다.

“엄마! 목욕탕에 들어가지 말라고 몇 번 말했노. 나오지 못하면서 왜 들어갔노?”

”인자 안 들어갈 거다. “

“거짓말하지 마라. 안 들어간다 하고 또 잊어버리고 들어가서 못 나올 거잖아.”

“그라마 마 죽지 뭐, 죽도 안 하고 애먹이는데. 88세 할매가 죽도 안 하고 있는데, 고마 죽으모 된다.”

“그리 죽어서 자식들 펑펑 울고 욕조만 쳐다보면 맨날 울게 할 끼네.”


답도 없는 대화를 한다.

태윤이는 알잘딱깔센이다.

아무것도 못 먹고 있을 엄마를 위해 교회에서 이것저것 챙겨 와서 식사도 하게 했다.

오후 3시가 다 되었다. 태윤이가 카메라도 손 봐서 이제 화면이 보인다.

엄마전화로 태윤이가 전화했다.

“누나~ 카메라 잘 보입니까?”

“아이고, 태윤아 우리 엄마 살리 줘서 고맙다.”

“아입니다 ㅎㅎ”

태윤이가 사진을 보냈다.

욕조를 아예 엎어버렸다. 너무 속이 시원하다.

사고 발생위험을 사전차단해 주는 센스 있는 동생이다.


진짜 죽을 뻔한 우리 엄마는 몇 시간이 지나니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목욕탕에서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른다.

태윤이가 고쳐준 CCTV는 또 먹통이다.

속이 답답해진다.


가까운 이웃이 먼 자식보다 낫다. 태윤이 덕에 안심이다.

엄마 챙기는 이웃들이 주변에 있어서 참 감사하다.

오늘도 엄마는 행복하게 호흡하고 있다.

그나저나 이노무 인터넷은 왜 안 되는 건지.

조만간 내려가서 살펴야겠다.

엎어버린 욕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많던 우체통은 다 어디 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