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14 : 인간, 돈의 유혹에 퐁당 빠지다> 정재승 / 정재은 / 아울북 (2024)
[My Review MMCLXIII / 아울북 41번째 리뷰] 우여곡절 끝에 고향별 아우레 행성으로 귀환하지 못한 오로라와 라후드, 그리고 뜻하지 않게 지구에서 만난 호리호리 행성의 외계인 도됴리가 지구에 남아 '인간들'을 탐구하며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물론 '귀환선'이 올 때까지 임시 활동이다. 한마디로 굳이 할 필요가 없는데 어차피 할 것도 없으니 늘 하던 것을 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늘 하던 것인 '인간 탐구'를 본격적으로 해야만 할 이유가 발생했다. 지구에서 생활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돈'이 없었던 것이다. 원래는 라후드가 '보스' 대신 지구에 남게 되었을 때, 엄청난 갑부이기도 한 보스는 라후드가 지구에서 생활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약속했으나, '약간의 차질'이 생기는 바람에 라후드와 오로라, 그리고 도됴리가 쓸 '여비'를 아직 전달 받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 예전처럼 '돈'을 벌기 위해 오로라와 라후드는 인간들의 일상으로 침투(?)해 들어가는데...
인간에게 '돈'은 왜 필요한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행복'하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돈이 있으면 '하고픈 것'을 다 할 수 있고, '갖고픈 것'도 다 가질 수 있고, '불편한 것'도 다 없애고 편리하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서 '행복한 느낌'마저 만끽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돈을 갖고 싶어 한다. 허나 인간은 '돈'을 갖기 위해서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그 능력으로 '일'을 해서 최종적으로 돈을 번다. 여기서 '능력'은 대체로 '노동'으로 대체해서 쓸 수 있다. 그래서 '육체적 노동'을 통해서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정신적 노동'을 통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돈을 많기 갖고 있다면 '자본'을 통해서 더 큰 액수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돈은 '육체적 노동 < 정신적 노동 < 많은 자본' 순으로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데, 큰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훨씬 더 적은 사회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이 책에선 그런 사회적 구조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대신 '뇌과학'적인 내용에 집중해서, '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탐구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사람들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지수'도 그에 비례해서 늘어나기만 할까? 그게 그렇지 않다고 한다. 대체로 돈의 액수가 커질수록 행복 지수도 비례적으로 높이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돈의 액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오히려 '행복 지수'가 급락하는 역전 현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들이 무조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학'에서는 행복 지수는 '상대적 비교우위'에 따른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여기선 그런 내용도 없다. 어디까지나 '뇌과학의 언저리'에서만 이야기할 뿐이다.
그럼 과학적인 이야기를 해본다면, '로또의 저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 이들이 '일확천금'을 목적으로 로또(복권)를 사서 당첨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런데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벼락'을 맞을 확률만큼이나 희박하다고 한다. 한마디로 '복권'을 사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란 말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사실은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매주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벼락 맞는 것보다 훨씬 더 희박하다는 '당첨 확률'인데 왜 거액의 당첨자는 매주 나오는 것일까? 이는 그만큼 복권 구매자가 많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그럼 '벼락 맞을 희박한 확률'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희박한 확률은 바로 '당신'이 복권을 샀는데 거액의 당첨금을 탈 확률이다. 누군가 당첨되기는 하지만, 그게 '나'일 확률이 그만큼 희박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거액의 당첨금을 노리고 엄청난 액수의 '복권 판매수익'이 매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진짜 이익을 쓸어 담는 쪽은 언제나 '복권 판매처'다. 거액의 당첨금은 받는 이는 '딱 한 사람(로또의 경우엔 1등 당첨금을 '당첨자 수'로 나눠서 지급)'에 불과하고, 나머지 판매 수익금은 '좋은 일'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복권(로또)을 살 생각을 버려라. 그냥 재미로 하거나, 자선 기부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복권을 사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일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럴 것이다.
한편, 인센티브(보상)에 열을 올리는 인간들의 뇌과학도 엿볼 수 있다. 늘 하던 일인데, 어느 날 '보상'을 준다고 하면 더 열심히 하는 현상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평소에 보상이 없어도 늘 하던 '집안일'인데, 집안이 엉망인 것을 보고 '집안일을 하면 적절한 보상을 주겠다'고 공표하는 순간, 누구보다 열심히 집안일을 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의 집안일이 필요없다고 느껴져서 '보상은 없던 일'로 하는 순간, 이제는 아무도 '집안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지 않는 현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간 뇌과학의 메커니즘을 엿볼 수 있다. 먼저 인간은 '보상(돈이라면 더더욱)'이 걸린 일에 목숨을 걸고 달려들곤 한다는 점이다. 별 것 아닌 '보상'일지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심리가 작용해서 인간들은 더 열심히 일하려는 의욕을 불태운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보상'을 없던 일로 만들어 '원래'대로 되돌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애초에 '보상'이 없었던 때보다 훨씬 더 의욕을 잃고 성과도 더 떨어지게 된다.
이를 '공부'에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이들에게 '성적'을 올리면 적절한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하면 잠시나마 공부를 진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학부모나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학업성적'을 높일 목적으로 '인센티브(보상)'을 걸고 달성한 아이들에게 보상을 걸고, 실제로 주기도 하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에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사실 '성적올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하위권'에 있는 아이들이 20점에서 70점으로 성적을 올리는 것은 비교적 쉽다. 하지만 70점 맞던 '중위권' 아이를 90점 맞게 만드는 것은 하위권 아이들보다 2~3배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상위권에 있는 90점 이상을 받던 아이들은 최종 점수가 100점이고, 이 점수는 '틀린 문제'가 하나도 없이 완벽해야만 가능한 점수다. 애초에 90점 이상을 받던 아이들은 1~2개밖에 실수를 하지 않던 아이들인데, 그런 인간적인 실수마저 없애고 완벽한 공부를 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공부를 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니 아무리 '인센티브'를 걸더라도 상위권 아이들은 노력에 비해 얻는 인센티브가 적다면 '아무런 효과'를 얻을 수 없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인센티브'로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집안일이나 공부처럼 '꼭 해야만 하는 것들'에는 오히려 '반감'을 사거나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하니, 그런 쪽으론 '인센티브'를 걸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인센티브'를 절대로 걸지 말아야 할 것이 '벌점제(부정적인 인센티브)' 같은 것이다. 이를 테면 상대에게 미안한 일을 했을 때, 벌을 주는 보상으로 '돈'으로 지불해야 하는 방법은 애초에 얻고자 하는 정반대의 효과만 낳을 뿐이니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요즘 직장맘이 많으므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도 퇴근길에 아이를 마중 나오는 일이 자주 있다. 그런데 살다보면 '정해진 시간'을 넘겨서 미안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갑자기 발생하는 '추가업무'로 퇴근이 늦어지거나, 퇴근길이 밀려서 어린이집에 제시간에 마중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어린이집 교사들은 '정해진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기도록 아이를 돌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두 번이라면 서로 양해를 구하며 돌봐줄 수도 있겠지만, 상습적으로 늦게 오는 직장맘들이 발생하면 얄미워지기도 한다. 그럴 때 '늦은 시간'만큼 시간외수당이란 취지로 '부정적 인센티브(벌점)'를 주겠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애초에는 아이 마중시간이 늦은 만큼 미안해하고 죄송해하던 직장맘들이, 퇴원 무렵에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당당히 돈(벌점)을 치루겠으니 1시간만 더 봐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약속된 시간보다 더 늦더라도 전혀 미안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왜냐면 늦은 만큼 '돈'을 지불하면 미안할 일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정적 인센티브'는 애초에 하지 않은 것보다 더 못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그렇다면 '인센티브(보상)'은 긍정적이나 부정적이나 '역효과'가 나오기 십상이니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까? 적절한 보상이 지급된다면 '의욕'이 불타오르는 인간의 성향을 잘 활용한다면 가장 빠르고 강력한 효율을 얻을 수도 있으니 무조건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할 것이다. 그럼 바람직한 '보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당연하게 하는 일이나 꼭 해야 할 일에는 절대 보상을 걸지 마라. 또한, 도덕적이거나 도리를 지키는 일에도 보상을 걸면 안 된다. 이건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에 보상이 없더라도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이런 것 말고, '예정된 마감시간'은 다가오는데 일의 진척이 없어서 미적거리고 있는 상황에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일 할 의욕'을 일시적으로 불태울 필요가 있을 때 '보상'을 걸면 확실히 효과를 볼 것이다. 스포츠 경기를 하는데 '이성적'으로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와 맞붙었을 때, "오늘 이기면 파티다. 반대로 지게 되면 지옥훈련 하겠다"라는 보상을 걸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능력 이상의 효과'를 해야 할 때에는 '보상'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보상이 '돈'이라면 인간은 눈이 뒤집힐 것이다.
그렇다. 인간은 정말 '돈'에 환장한다. 그런데도 일정 수준 이상의 큰 돈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뇌과학적으로는 왜 그럴까? 인간의 뇌는 행복을 추구하는 강력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늘 행복한 느낌을 갖도록 온갖 호르몬을 뿜어내고 있는데, '돈'이 관련되어 있으면 '긍정적 호르몬'이 엄청나게 분비된다고 한다. 실제로 '종이돈'을 새게 한 집단과 '진짜돈'을 새게 한 집단을 대상으로 '뜨거운 물'에 손을 넣으라고 했을 때, 돈을 샜던 집단이 더 높은 온도의 물에서 '고통'을 덜 느꼈다고 한다. 또한 고된 일을 할 때에도 '돈'으로 보상을 해준다는 사실을 인지 시키면 일이 고된 줄도 모르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은 '돈'에 미쳐 있다고 한다. 뭐, 돌잡이를 할 때에도 아기가 '돈'을 집으면 환장하는 어른들..쿨럭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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