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도서관] 경기도서관
[위클리도서관]은 국문과가 전하는 도서관 가이드입니다.
방방곡곡 도서관을 다니며 공간, 인간, 큐레이션(책)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더 많은 이들이 도서관을, 책을 사랑하게 되길 바랍니다.
경기도서관
이름은 대표성을 지닌다. 건물 이름에 지명이 들어가면 그 지역에 대한 대표성을 띄게 되고, 동시에 책임이 따른다. 고등학교나 지방국립대학교도 행정구의 이름을 딴 00고등학교와 더불어 00중앙고등학교가 또 따로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기도서관은 광교중앙역 근처, 수원시 영통구 지역에 있다. 그러나 그 이름은 영통도서관도, 수원도서관도, 광교도서관도 아닌 무려 경기도서관이다. 이 도서관 하나로 경기도 전체를 아우르겠다는 포부가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는 3번째로 크고, 지방자치단체 도서관 중에서는 최대 규모라고 한다.
경기도서관의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친환경 도서관’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있다. 건축 단계부터 탄소저감 기술을 도입해 ‘녹색건축’ 최우수 등급을 받았고, 저열 냉난방 시스템과 태양광 발전 설비로 에너지 절감에 일조하고 있다. 친환경 공공건축물이라는 것은 시각적으로도 와닿는다. 메인 컬러로 연두색을 사용해 눈이 편안하다. 무엇보다 경기도서관의 시그니처는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져 한 눈에 볼 수 있는 설계 구조다. ‘보이드(void)’ 건축 기법은 대표적으로 ‘더현대서울’에서도 볼 수 있는데, 가운데가 뻥 뚫려 각 층이 단절되지 않고 서로 소통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뱅글뱅글 순환하는 나선형 계단은 경기도서관이 지향하는 지속가능성을 보여준다.
경기도서관에는 유독 곡선이 많이 보인다. 한 관계자가 “지상에 내려놓은 비행접시 같다”고 표현했다는 타원형 외관부터 시작해, 내부에 들어오면 중앙의 보이드 공간, 나선형 의자, 하얀 북극곰 모형의 몸선까지 둥글둥글한 것들이 눈에 들어 온다.
걸작으로 손꼽히는 국제적 건축물을 보면 곡선의 독특한 미적 효과를 활용한 사례가 많다. 건축물의 고전이기도 한 판테온은 안에서 보면 천장 정중앙의 원이 빛을 들여오는 구조다. 이처럼 곡선을 활용한 설계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아래는 경기도서관 속 곡선들.
경기도서관에는 층층이 코너가 참 많다. 그중에서도 꼭 들러야 할 공간은 바로 ‘경기책길’이다. 가로수길, 경리단길처럼 테마 도로를 컨셉으로 잡아 테마별 책 선반을 비치해두고 길을 따라 걸어가며 볼 수 있게 설계해두었다. 보물 같은 책도 참 많지만, 무엇보다 내게 큰 인상을 준 건 도서관에 길을 만들어낸 이 공간 그 자체였다. 공간의 백미는 의자다.
쉬어갈 수 있다는 의자의 기능적 의미 덕에 책'길'이라는 콘셉트가 살아났고, 다채로운 디자인 덕에 길의 심미성이 더해졌다.
경기책길은 가운데 보이드 공간을 반 바퀴 빙 둘러서 나 있다. 길을 따라 걷다 걷다보면 꼭 내 눈에만 보이지 않는 사람이 앉아있는 것 같은 의자와 테이블도 있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이리저리 헤집어놓고 막 떠난 것 같은 선홍색, 다홍색의 곡선형 의자도 있다. 우물가에서 물 뜨고 잠시 쉬어가라고 설치해둔 것 같은 물결 모양의 투박한 회색 벤치도 있다. 이 짧은 구간에 장애인을 배려한 점자보도블럭과 미끄럼 방지 노란 테이프도 있다.
결국, 마스터피스의 가장 윗단에는 디테일이라는 종지부가 있다.
예상치 못하게 감탄을 불러일으킨 건 의자 뿐만이 아니었다.
카피라이팅을 누가 맡은 건지 하나하나 애매모호하지 않고 의미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적절한 말은 힘이 있다. 핵심을 명징하게 뽑아낸 큐레이션 메세지는 반짝이를 뿌리듯 책을 반짝거리게 한다.
큐레이션 카피 몇 가지를 뽑아 소개한다.
세상의 모든 길 경기책길
길 위에서 배우는 삶의 이야기
걸음마다 세상이 조금씩 넓어진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
K-cultute 세계를 흔들다
길 위의 예술
감정이 그림이 되고 기억이 색이 되는 순간
길 위의 예술
세상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인생의 두 번째 챕터
쉼표로서의 은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서사
치열한 오늘을 살아가는 나
청춘와 성숙 사이 변화의 책임사이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
지구와 기후위기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최재천이다. 여러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하며 과학 대중화에 기여할 과학자이기도 하다. 생태, 지속가능성, 순환경제... 이런저런 개념을 써 가며 국내외 동향과 기후위기의 심각성, 환경 보존을 위한 노력을 정리해 둔 책을 고를 수도 있었다. 상대를 아무리 짝사랑해도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으면 관계는 결국 진전될 수 없는 것처럼, 결국 지구 보존의 출발점은 지구를 아는 것,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인간의 가장 일상적인 관점에서 생명체를 소개한다. 입양하는 타조, 이혼하는 갈매기, 동료애를 가진 고래, 세력다툼 하는 개미... 우리의 눈높이와 맞닿아 있는 자리에서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 공동체와 친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