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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 빛 Aug 28. 2023

용기

오늘의 용기


어제를 잊을 용기가 필요했다.


용서받고 싶었지만

용서받을 시간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뜨거운 여름날 무겁게 내려앉았다 밀려난 안개처럼

떨려오는 죽음의 고통 속에 힘 없이 꺼져간 사람..


불편한 몸

온전치 못한 눈짓이 부끄러웠다.


짧은 가방끈

흔한 자동차 면허증조차 없는 인생이 부끄러웠다.


무능력한 가장

오래된 팔팔 오토바이가 부끄러웠다.


전부를 내어주는 사랑 앞에

부끄럽고 창피해하며 고개를 숨겼던

못날 딸을 용서해 달라고 말 못 하고 보낸

나의 어제를 잊을 용기가 필요했다.



이 하루

오늘을 살아낼 용기가 필요했다.


미망인이 되어서도

홀시어머니 모시고

새벽 찬이슬, 밤 깊은 시린 공기 온몸으로 맞는 사람..


살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는 하루 또 하루를

겨우겨우 견뎌내고 있는 엄마의 오늘을 헤아리며

나의 오늘을 지켜내야 했다.


돌려드릴 그 무엇도 없는

빈 들의 인생으로

또 가득 채워 퍼주

엄마의 사랑을 생각하며

나 자신이 한없이 한심스럽게 느껴져도

포기할 수 없었다.


이제껏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거세게 밀려온 후회의 밀물에 떠밀리는

나의 오늘을 살아낼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내일을 살아갈 용기가 필요하다.


불완전의 불안 속에 정처 없이 떠내려가며

괴로움과 연민으로 생긴 생채

잘 보듬고 아물 틈 없는 상처뿐인 사람...


불혹을 넘겨서도

되었다 함 하나 없이

아직도 꾸이는 인생이 초라하다.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꿈만 무성할 뿐

이루고자 하는 의지와 동력을 잃어

인생이 참 허무하다.


또다시

마주할

내일을 살아낼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아

제발

용기를 잃지 말아 다오


오늘아

부디

용기를 내 다오


인생의 묵힌 상처가 별이 되어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오늘이

다시 살아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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