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밟으니 엄마의 일상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여름의 오늘을 더 빨리 인사하는 엄마의 거친 날숨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따가운 볕을 살며시 붙잡고
초록의 울창한 숲으로 가려 주렴
여름이 닿으니 엄마의 온몸이 파랗게 물이 든다
나그네 걸음 되어 무겁게 주저앉아
인생의 허무가 안개처럼 내려앉더라도
세월 보따리 무게를 풀어놓을 수 있도록
달달한 미숫가루 한 잔 들이켜는 자리
그저 모른 체 푸른 그늘이 되어 주렴
가난의 잔기침에 잠 못 드는 여름밤
거친 비바람 잡아주는 초록의 여름 향기야
엄마의 여름을 부탁해
푸른 고독에 흔들리며 깊어가는 여름
지독하게 뜨거운 태양을 붙잡는
초록의 여름 무성한 숲들아
엄마의 여름을 부탁해
고요한 시골 개울 돌다리 위로 매미 울음이 떠내려가면
왁자지껄 시끄러운 시름 아래로 엄마의 눈물도 흘러내린다
홀로 조용히 시간을 더듬으며
엄마의 여름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