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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 빛 Oct 26. 2023

함부로 마신 깡커피의 대가


3주 전 즈음
임신 가능성도 전혀 없는데
가끔씩 속이 울렁거리고 매스껍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타오르는 스트레스를 달랠 길이 없어
새벽 한 시에 뿌셔먹은 생라면 때문인가?

아니면
요즘
스트레스받는다고 와구와구 먹어댄
밀가루 주전부리 때문인가?

울렁거림과 매스꺼움은
임신 입덧과는 또 다른 괴로움이었다.

공복, 식전, 식후
심지어 식사 도중에도
토할 것처럼 메슥거렸다.

괜찮겠지? 싶었는데 일주일 동안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모임 있는 날
말도 없이 사라진 첫째 때문에 놀란 나는
밤에 누워 있다 말고 느닷없이 이불 대참사를 일으키고야 말았다.

울 엄마가 힘들게 사서 보내주신 이불.....ㅠㅠ

"자기야, 자기야"
간절히 부르는 내 목소리가 5미터 안 되는 작은방에 안 들리나 보다.

"자기야~ 자기야~ 자기야"
뿜어져 나오니 더 크게 부를 수도 없었다.





대답이 없었다.

아파서 물 한 모금 못 마신 내가 누운 안방에
둘째를 넣어 놓고 작은 방에 건너간 신랑..
설마 
당신
자냐????????




올라오는 내용물을 틀어막고.....

(무소용... 무의미였다..) 전화를 했더니

화들짝 놀란 신랑이 달려와 방 불을 켰다.

잠들던 아기는 놀라서 울고불고
아빠랑 자려고 누웠던 첫째는 점심 먹은 국수 때문이냐 호들갑을 떨고
아프고 서러워 복받친 내 울음까지 뒤섞인 밤.

그야말로 대환장 파티였다.
우리 집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동네에 새로 들어온 커피집.
바닐라 라떼가 기막히게 맛있었다.

그 커피 집 시그니처 메뉴 '치즈크림라떼'는
온종일 육아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내가
첫째 등교 후 누리는 일한 낙이요

내 일상 최고의 사치였다.

일주일에 3~4일은 꼭 마셨던 것 같다.

첫째 학교 데려다주고 나면
둘째를 공터에 데려가 놀아주고
뒤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커피와 함께 왔다.


그렇게
여름 되기 전부터 가을이 온 후까지
수개월동안
커피는 내 일상 루틴이 되었다.

물 한잔도 마시지 않은 빈 속에
말 그대로
커피를 들이부어대는 루틴....


깡 커피가
내 위장을 다 쓸어버렸다

함부로 먹은 깡커피의 댓가로
계속되는 속 쓰림과 울렁거림, 매스꺼움
마지막 구토 증상을 더하고 병원행..

거기서 끝났을까..
밀가루, 기름진 음식은 물론
커피, 차, 초콜릿까지 싹 다 끊으라는 긴급 처방을 받았다

신기하게도
싹 다 끊은 지 일주일 지나니 속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스멀스멀 식탐이 폭발한다
시도 때도 없던 속앓이가 잠잠하니
땡기는 카페인과 밀가루를 거부할 수 없다.


하루는 참고

또 하루는 못 참고

그러기를 무한 반복 중이다.

나란 인간

간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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