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r Honey Oct 14. 2021

심장이 차가운 소년 이야기

지금 나를 안아주세요.

옛날 옛날에 심장이 아주 차가운 소년이 살았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심장 때문인지,

소년의 말과 행동은  차갑기 짝이 없었습니다.

주근깨가 있는 친구의 얼굴을 놀리기도 하고,

지나가던  고양이에게 실컷 겁을 주어 

쫓아버리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심장이 차가운 소년은 늘 외톨이었습니다.

아무도 심장이 차가운 소년에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에게 누군가 찾아왔습니다.

몸집 만큼이나  날개가 달린 소녀는

자그만한 체구에 

백합처럼 희고 고운 피부가 돋보였습니다.

소녀는 심장이 차가운 소년에게 다가왔습니다.

심장이 차가운 소년은 여느때와 같이 소녀를 

차갑고 냉정한 말로 밀어냈습니다.

소녀가 웃으면 대꾸도 해 주지 않고

꽃을 가지고 오면 바닥에 내동댕이친  

꽃잎이 모두 헤져버릴때까지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소녀가 다가와 안아주려 하면 힘껏 밀쳐 내어

소녀의 고운  피부가 

붉은색으로 물들여지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자꾸만 

심장이 차가운 소년에게 다가왔습니다.

소녀는 계속해서 웃는 얼굴로

심장이 차가운 소년을 감싸 안으려고 했습니다.


외로움과 고독에 지쳐 

소년이 몸을 웅크리고 잠든 어느 깊은 ,

어둠을 뚫고 모습을 보인 작은 별이 반짝거렸습니다.

그러자 소녀는 커다란 날개를 활짝  ,

심장이 차가운 소년을 끌어 안았습니다.

잠에서 살짝  심장이 차가운 소년은 

처음으로 소녀를 밀쳐 내지 않았습니다.

소녀의 날개에 안긴 , 그녀의 희고 고운 손을

처음으로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심장이 차가운 소년의 심장은 

따뜻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 소년이 눈을 뜨자 

소년의 곁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심장을 가만히 만져 보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소년의 심장은 차갑지 않았습니다.

어딘가 포근해진 느낌에 

소년은 기분 좋게 일어나 창문을 열었습니다.

창가에서 보이는 옆집   할머니께 

힘껏 손을 흔들며 인사도  보았습니다.

언젠가부터  안에 있던 꽃병의 물도 

갈아 주었습니다.


소년은 밖으로 나가 

새로운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커다란 날개를 힘껏 펴내 

맑은 구름속으로 날아올랐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꽃과 당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