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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Aug 07. 2023

다시 성가대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주일 아침, 얼마나 더 고운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연습을 해도 항상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 성가대에서 혼자 부르는 화답송과 복음 환호송이다. 한국에 있던 지난 7개월, 아파트에 살며 성가 한 곡 크게 부르지도 못했고, 주일 미사 때 불러보는 게 전부였다. 미국에 돌아와 혼자 부르는 노래.  소리가 잘 나올지 걱정이었다. 음은 틀리지 않는지, 박자와 소리의 강약은 이 정도면 되는지. 한국을 가지 전 까지는 매주 했던 일이지만 새삼, 조심스러웠다. 매일 대여섯 번씩 불러보고, 음을 정확히 하기 위해 피아노를 치며 음을 맞춘다. 성가대를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긴장된 마음으로 연습을 한다.


성가는 최고의 기도라고 어느 성직자가 말을 했다. 마음을 모아 뜻을 새기며 정확한 발성으로 부르는 성가는 기도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했다. 다음 주에는 성모승천 대 축일이 있다. 저녁미사이기는 하지만 대 축일이고 의무 축일로 주일 미사와 동일시되고 성가대에서는 특송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에 있을 때 이미 성가대장은 카톡으로 내가 언제쯤 돌아오는지 물어보았고, 악보도 전달받아 연습을 했었다. 그러나 너무 높게 올라가는 음들은 아무리 연습을 해도 삑사리가 났다. 화음이 안 맞는 것 같아 고민을 하면서도 궁여지책으로 음을 조금 내렸다. 그러자 소리는 훨씬 부드러워졌고 귀에 거슬리는 것이 줄어들었다.

편안한 음을 내면 힘도 덜 들고, 연습에도 부담이 덜하다. 기도도 마찬가지. 어렵지 않은 기도를 편안하게 하면 그 일은 잘 이루어지는 것 같다.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억지로 매달리면 그 기도는, 신앙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되기도 한다. 기도를 하고 또 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오랜 신앙인들은 이야기하지만, 난 살면서 그렇게 절실하게 매달려 보았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성당에 다닌다고는 하지만 늘 구복 신앙이 먼저인 사이비 종교인 같은 나의 모습. 보통 평범한 사람들의 종교 생활 모습이 다 그렇지 않을까 스스로 변명을 해본다.


그래도 성가를 연습하고 부르는 그 시간만큼은 진심이다. 최선을 다해 소리를 모으고, 모은 소리에 집중하며 기도 하는 마음으로 소리를 낸다. 먼지 쌓여 있던 성가책을 펼치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랄까. 소리를 마음껏 내어 부르면 가슴은 후련하고, 마음에 쌓여 있던 걱정 같은 것들은 사라진다. 살면서 뭐 그리 가슴에 쌓아 둘 것들이 많이 있을까 만, 어느 오후 온 집안이 울리도록 목청을 올려 성가를 부르는 것은 나만의 기도 방법이고, 마음에 쌓여 있는 것들을 털어내는 방법이다. 오늘도 예외 없이, 아무도 없는 내 방에서 마음껏 성가를 부른다. 진심을 담아 부르는 성가는 하늘로 오르는 기도가 된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들은 pixabay에서 빌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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