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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Sep 25. 2023

6.프라하의 둘째 날

보헤미안 스위스 국립공원

‘프라하에서 출발하는 보헤미안과 색슨 스위츠랜드 국립공원 하루 관광'이라는 예매를 보며, 엊그제 떠나온 스위스로 다시 간다고?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걸 하루 동안에? 구글에서 찾아보니, 체코 안의 스위스라는 설명이다. 옛날 그림을 그리러 왔던 스위스의 화가가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체코의 스위스라고 해서 그리 말한단다. 독일 쪽도 마찬가지, 독일 안의 스위스라는 의미로 색슨 스위스라고 부른다. 정확한 이름은 체코에서는 보헤미안 스위스 국립공원(Bohemian Switzerland National Park)이라 부르고, 독일에서는 색슨 스위스 국립공원(Saxon Switzerland National Park)이라 부른다.


공원의 입구에 안내도가 있다. 국경을 손으로 가리키며 아, 여긴 체코고, 여긴 독일이네, 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비가 내리는 숲 속.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돌 산이 대부분이었기에 미끄럽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사암이라 많이 미끄럽지는 않았다. 5시간 이상의 산행이라는 것을 출발하면서 알게 됐다. 사색이 되는 한 일행이 있었지만 이미 예약은 되었고, 우린 호기롭게 산행을 시작했다.  

보헤미안 스위스 공원은 체코의 4대 국립공원 중 하나로 독일과의 국경에 위치해 있다. 우린 체코 쪽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공원은 독특한 사암 구조물들이 많았다. 오랜 시간 침식으로 만들어진 석탑, 아치, 미로, 동물의 형상들. 사암들 사이로 진초록의 식물들이 여름의 끝자락임을 알려준다. 5월부터 10월까지 방문객이 많고 겨울엔 눈 때문에 자연히 닫게 된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공원에서 따 먹는 야생 석류맛이 색달랐다. 시지도 달지도 않은 맛, 작고 귀여운 사이즈. 가이드가 건네주는 한알 입에 넣자 체코의 맛은 숲 속의  작은 속삭임처럼 다가왔다.

보헤미안 스위스 공원은 프라하에서 136KM 떨어져 있고, 80평방 킬로미터의 면적을 갖고 있다. 사암으로 이루어져 기암과 숲이 깊어 중세에는 강도등 죄인들이 숨어 살기에 적당 한 곳이었단다.  17-18세기에는 체코의 가장 부유한 씨족이 이곳에 성과 요새를 지어서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젠 전망대와 몇 개의 구조물만 그 흔적을 남겨두고 있다. 바위 사이에는 철 계단도 제법 여러 개 있어 오르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등산이라고 할 것까지 안되었지만 오르내림이 적당한 재미있는 길이었다.  길은 그리 넓지 않았고, 일방통행이어서 숫자가 쓰인 특이한 구조물을 하나씩 보며 그 숫자를 따라 걸어야 했다.


가이드는 특이한 구조물을 볼 때마다 설명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고, 뒤에 오는 사람을 확인하고 기다려 주었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남편과 걷기를 힘들어하는 일행을 위해 최대한 속도를 줄인다. 안개비 속에서 만난 돌 산은 숨을 멎게 아름다운 계곡과 특이한 형상들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사진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신비로웠다. 정상에 오르자 깊은 협곡이 보였고 멀리 작은 마을과 스위스 화가들이 머물렀다는 산장도 보였다. 건너편에서 이 숲을 바라보면 스위스 같았을 것이라는 말에 동감한다.


산행이 끝나고 공원 근처 동네의 작은 식당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체코의 만두라며, 덤플링이라고 해서 속이 있는 만두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빵을 으깨어 눌러 놓은 호떡 모양이었다. 그 위에 그레비 같은 것을 얹고 돼지고기 한쪽에 으깬 감자와 함께 내주었다. 그래도 산행 후의 식사는 꿀맛이었다. 현지 맥주도 한잔씩 마신다. 종일 우리의 페이스에 맞추어 주며 열심히 설명을 해준 린카(Liynka)라는 가이드. 기념이라며 6명이 같이 찍은 사진을 즉석에서 뽑아 건네준다. 트래블러시티에 들어가 미소와 친절로 우리를 대해 주었던 그녀에 대한 리뷰 한줄 올리며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녀의 전문직업 의식이었겠지만 친절에 목말라 있던 우리들을 감동 시키기에 충분했다. 오늘은 참 친절한 사람을 둘씩이나 만났다. 아침 조식때, 후레쉬 주스와 앙증맞게 만든 후식을 쟁반에 담아 와 하나씩 건네 주던 젊은 아가씨. 여행 며칠 만에 생글 생글 미소와 함께 건내 받는 후식이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후배님은 '이런 써비스가?' 하는 놀랜 표정이다. '유럽이 다 그런거 아니네,' 하면서.아침의 미소가 종일 여운으로 남아 있어 비속의 산행이었어도 우리들의 행복은 배가 됐다. 그 작은 것 하나가 줄 수 있는 행복이 이렇게 큰데 왜 안할까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며...


늦은 점심 탓에 저녁을 먹을 수도 없고, 너무 많이 걸어 꼼짝할 수 없다는 일행들. 우린 잠시 쉬었다가, 실내에서만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 긴 저녁일 것 같아 호텔을 나왔다.  볼타강을 다시 찾아보고 싶었지만 곳곳이 공사 중이라 방향을 잃었다. 아는 길을 따라가다 코너에서 ‘PHO CAFÉ’라는 월남 국숫집을 발견했다. 시장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체코의 월남 국수는 어떨까 궁금했다. 식당으로 들어서며 달러를 받느냐고 물었지만 아니란다. 옆에 있는 Exchange Store를 알려주며 거기서 돈을 바꾸어 오란다. 20불을 주고 체코 화폐, 코루나(Koruna)로 바꾸었다. 그걸로 쌀국수 2그릇을 주문할 수 있었다. 국수 맛은 그냥 그랬지만 매운 소스를 넣어서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방에 들어와 간단한 메모를 하며 보헤미안 스위스 국립공원은 미국의 앤텔롭캐년의 회색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곳 모두 사암이지만 한 곳은 철 성분이 많아 붉은색이고, 여기는 석회 성분이 많아 회색 모습. 오랜 세월 침식되어 특이한 형상을 이룬 것, 돌 틈 사이를 걷는 것 하며 간간히 넓은 곳을 만들어 잠시 쉴 수 있게도 해주는. 아직 사람의 손이 덜 탄 것 같은 이런 곳이 여행객들의 시선을 더 끌 수 있는 것이겠지. 유튜브로 보는 것과는 다른, 내 발과 손, 내 시선과 호흡, 내 가슴으로 알게 되는 새로운 곳.


나는 오늘도 꿈속에서 보헤미안이 되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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