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돌아온 지 채 일주일도 안됐다. 생체리듬은 완전히 이곳 시간에 적응완료. 정확히 9시에 취침. 새벽 5시경이면 깬다. 한국에서도 똑같은 패턴이었다. 오늘 아침 다시 요가를 하러 나섰다. 어젯밤, 미리 예약을 해 둔 시간. 요가복과 운동가방, 병물을 챙기며 동작들을 잊어버리지는 않았을까 싶다. 옆 사람을 슬쩍 슬쩍 보며 하면 되겠지.
도착 한 헬스장. 락커에 가방을 넣고 예열 운동으로 트레드밀을 15 분간한다. 속도는 천천히, 경도도 그리 높지 않게. 며칠 쉬었던 몸이 조금 풀릴 수 있는 정도.
요가 교실에는 수강생들이 꽤 많다. 예약을 하길 잘했다. 늘 내가 요가를 하던 자리엔 이미 누군가의 매트가 깔려 있다. 하는 수 없이 빈 공간을 찾아 매트를 깔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에 집중한다. 허리를 돌리고 손을 풀며 몸을 좀 부드럽게 해 본다. 실내 온도는 이미 90도(섭씨 32.2 C)를 넘고 있다. 10분 이내로 94-95도(34.4-35 C)로 올라간다. 숨만 쉬어도 땀이 흐를 텐데 동작을 이어가면 땀이 비 오듯 흐른다. 핫 요가의 장점은 근육 이완의 효과가 탁월해 유연성을 높여주고 심박수를 높여 유산소 운동이 되며 땀으로 노폐물과 독소를 빼주어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한다. 겨울이면 모든 게 움츠려 들고 근육도 긴장하기 마련인데, 추운 날씨일수록 이런 핫 요가를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 있을때는 일주일에 5번 정도 핫 요가를 한다. 그래서일까. 몸은 많이 유연해졌고 체중 감소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
서서 하는 기본 동작부터 서서히 자세의 강도를 올려 간다. 땀도 많이 흐르고 호흡도 더 가빠진다. 잠시 숨을 고르며 찬물을 마시기도 하고 수건으로 땀을 닦기도 한다. 너무 힘들면 아기 자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려 쉬기도 한다. 다행히 동작들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다. 뎀포가 조금 느려서 그렇지 따라 할 만하다. 음악은 점점 빨라지고 주위 수강생들의 숨소리도 거칠어간다. 사실 다른 사람들의 동작에는 시선을 줄 겨를이 없다. 내 동작을 선생님의 구령에 따라 맞추어 가기도 힘들기 때문에. 1시간은 훌쩍 갔다. 서서히 동작의 속도를 늦추고 실내 온도도 낮춘다. 숨쉬기가 편해질 때쯤이면 라벤더 향의 차가운 물수건이 하나씩 주어진다. 그 물수건을 얼굴 위에 놓고 누우면 세상의 시원함을 다 갖은것처럼 상쾌하다.
선생님의 마지막 인사. 오늘 아침에도 잊지 않고 요가 교실을 찾아온 우리들 모두에게 고맙다는. 상큼한 하루를 열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내일도 또 여기서 만나자며. ‘나마스테’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한다.
이어 수영과 스팀, 드라이 사우나를 하고 샤워까지 하고 나오니 3시간이 더 지났다. 이렇게 가성비 좋은 헬스장이 또 있을까? 65세가 되며 메디케어(Medicare)가 나오자 이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무료다. 노인들의 복지 차원인지. 질병 예방 차원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야말로 즐감한다. 제약이 있다면 제한된 시간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월-금 9:30-15:00. 토: 오후 2시 이후. 일: 종일. 내게는 충분한 시간이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헬스장에 간다. 돌아와 집에서 점심을 먹고 조금 쉬었다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가게를 가거나,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시간. 활용하기 참 편하다.
돌아오는 길. 몸은 가벼워졌고 마음은 상쾌 해졌다. 다시 운동을 하며 이 초심 잃지 않고 계속 이어가야지 다짐해 본다. 체중이 줄고 근육이 더 단단해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닐까.
강릉에서는 송정 해변길을, 미국 집으로 돌아오면 가까운 곳의 헬스장을, 따뜻한 계절이 되면 동네를 도는 자전거까지. 이어지는 운동들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아직 이 정도의 운동은 할 수 있음을 스스로 흐뭇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