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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준비하며

절친부부와 함께

by 전지은

한밤중에 카톡을 한다. ‘캐나다와 미국 여행허가서, 백신 접종 표 등을 이멜로 보내줘. 그걸 받아서 여기서 미리 승선 전 준비를 해야 하거든, 아침에 깨서 천천히 보내도 돼’라고 분명히 했는데, 카톡 전화가 울린다. 몇 시인데 아직 안 자고? 나한테 잔소리를 듣고서야, 아직 잠이 안 온다며 낄낄거린다. 친구 부부와 우리 부부는 강릉에서도 여러 번 만났고 울릉도를 비롯해 몇 번 여행을 같이 하였다. 남편들도 이젠 편하게 카톡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절친은 사실 고등학교 때는 같은 반을 3년 동안 하였다는 것뿐이지,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그때는 키 순서대로 앉았으므로 그녀는 거의 앞줄에, 나는 중간쯤에 앉았고, 주로 그 주위에 있는 아이들끼리 어울렸었다. 둘 다 조용한 성격이어서 그냥 우리 반 친구 정도로 알고 지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 선생님이 되어 강원도 시골 어느 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했고, 난 결혼을 하며 미국으로 왔기에 더욱 가까워질 일이 없었다.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은 그녀는 수학 선생님과 결혼하여 잘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친구가 엄마와 같은 아파트에 이사 와서 살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그러면서 친구는 추석과 설에 꼭 우리 엄마를 찾아온다고 했다. 추석에는 햅쌀을, 설에는 과일 한 상자씩 사 들고 인사를 오는 친구를 엄마는 정말 고맙다고 하셨다. 10년 이상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우리 엄마를 챙겼다. 그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딸 보시는 것처럼 반갑게 친구를 맞아 주셨던 엄마는 ‘네가 강릉 오면 꼭 식사 대접해라’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알았다고 했고, 강릉을 가면 늘 만났다. 그렇게 친구와는 가까워졌고 시시콜콜한 것까지 카톡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내가 강릉을 가기만 하면 친구는 나를 데리고 맛집 투어는 물론이고 엄마 면회를 갈 때도 거의 동행을 해 주었다. 강릉에서는 차가 없는 나를 위해 헌신적인 봉사를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내주는 친구. 늘 고맙다. 강릉에 있을 때는 거의 매일 만난다. 솔밭을 걷는 운동도 같이하고,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늘 이어진다. 그 고마움을 표현할 길이 없던 차에, 이번 여행을 함께 하기로 계획했다.

친구네는 일단 캐나다로 들어오고, 우리도 캐나다로 가서 친구네를 만날 계획이다. 차를 빌려 3일 동안 캐나다 동부를 몇 군데 들리고 캐나다 퀘벡에서 크루즈를 타고 뉴욕까지 오는 일정을 잡았다. 배를 타는 기간은 열흘. 그 후 하선하여 뉴욕을 좀 돌아보고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집에서 며칠 쉬었다가, 다시 그랜드캐니언과 라스베이거스 쪽을 여행하려고 한다. 총여행의 일정은 꼭 한 달. 몇 달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예약하고, 동선을 살피며 이미 반쯤은 여행을 와 있는 기분이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오늘 우리는 오미크론 백신 접종을 하기로 돼 있다. 이 접종이 끝나고 백신 접종 확인 증서를 발급받으면 이번 주말에는 네 사람의 승선 서류 등을 컴퓨터의 웹사이트에 입력하고, 예약돼 있는 비행기들과 호텔과 차와 들를 곳들의 예매 상황을 이중 점검하려고 한다.

그리고 다음 주 초에는 한국에서 꼭 가져와야 할 것들의 목록을 작성해 카톡으로 보낼 계획이다. 예를 들어 튜브에 든 고추장, 캔 깻잎과 소화제, 크루즈에서 입을 양복과 매일 하선해서 관광하기 편한 복장. 가벼운 우비와 화투 등등.

여행이 끝나고 함께 우리 집에 와서 며칠 쉬다 갈 친구 부부. 동네 구경 일정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즐겁고 신난다. 절친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준비하는 이 여행은 우리들의 우정을 더 돈독하게 할 것이다. 친구가 지낼 방의 침구들을 세탁하여 정리하며 편안한지 살핀다. 청소를 하며 이렇게 흥분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마음은 이미 바다에 떠 있고, 하늘을 날고 있고, 로키산맥의 산길을 오르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영원한 우정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태평양을 건너 훨훨 날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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