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달여를 브런치에 들어 오지 못했습니다. 절친 부부와 여행을 준비하고 손님 맞을 준비로 마음이 무척 들떠 있었고 친구네를 맞는 마음에 집중하기로 했던 거죠. 그러나 브런치의 알람이 울릴때마다, 올라 오는 글들이 궁금했던 건 아마 브런치에 정이 많이 들어서 일겁니다. 이제 절친부부는 잘 돌아 갔고, 그동안 함께 했던 여행기들을 올리며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 옵니다. 소소한 여행기 속에서 만나는 우정, 함께 해주시길...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길 떠나는 구월의 마지막 주일. 거리엔 찬바람이 조금씩 일고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은 높았다. 완연한 가을 풍경 안에서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은 들떴다. 여행을 계획하며 미리 보기를 한 듯한 곳에 대한 기대감과 새로운 곳에서 스스로 마음을 힐링할 준비로 가득하였다. 커다란 가방을 펼쳐 양쪽 가득 담는 일용품과 갈아입을 옷들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줄 좋은 도구들이다. 넣었다 뺐다 하면서 알게 되는 소소한 일상의 필요한 것들과 친구는 어떤 모습으로 올까 상상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혼자 웃으며 짐을 싸는 나에게 남편이 한마디 거든다. ‘소풍 가는 초등학생 같네?’ 그럴 수도 있겠다. 마음은 이미 달콤한 막대 사탕을 빨며 그곳으로 향했다.
코로나 이후 몇 번의 여행 계획은 접어야 했고, 격리를 감수하며 한국을 다녀오는 일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엄마를 만나러 가는, 집으로 돌아가는 듯, 차분히 가라앉는 감정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번 여행은 걷는 걸음이 하늘에 둥둥 뜬 것 같았다. 크루즈에 승선하기 전, 캐나다 동부의 몇 도시를 돌아보기로 하고 계획을 짰다. 이어, 예약을 해야 하는 크루즈. 3천여 명의 여행객과 2천여 명의 종업원들을 태운 그 큰 배는 밤새 바다를 가르며 이동한다. 새벽 여명이 들쯤 배는 주로 유명한 관광지에 닿는다. 여행객들은 하선하여 종일 그곳을 돌아보고 다시 배를 타고, 배는 다시 출항의 기적 소리를 울린다. 내려 관람을 해야 하는 곳들의 입장권들을 안배하여 예매했다. 하루는 걷고, 하루는 버스를 타고, 또 그다음 날은 작은 차를 타는 개인 일정이고…등등. 예매하기 전 그곳에 도착하면 꼭 봐야 하는 것들도 미리 공부해 두었고, 다른 여행객들의 리뷰도 읽으며, 했던 예매. 마음은 이미 그곳에 가 있었다. 너무 빡빡한 일정은 무리가 될 것이고 너무 느슨한 일정은 본전 생각이 날 것이고. 나름 준비를 하며 계획했고 계획서를 친구에게 보냈고 오케이를 받았다.
여행의 첫날, 강릉에서 출발하는 친구 부부의 일정을 확인하고 우리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상공의 구름조차 잘 짜인 카펫처럼 아름다웠다. 친한 부부와 함께하는 한 달.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한다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착한 토론토. 며칠 쓸 차를 빌리고 예약한 호텔에 체크인하자 집을 떠났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오후 늦은 시간, 아들의 메시지를 받았다. ‘잘 도착 했느냐고 묻는…’ 답을 하며, 신나는 여행의 첫날의 설렘으로 마음은 너무나 가벼웠다.
여행 계획서를 꺼내 다음날의 동선을 확인하며 잠을 청했지만, 도시의 불빛은 가슴을 설레게 하고 쉽사리 잠이 들지 못했다. 얼마를 뒤척였을까, 잠은 여전히 들지 않고 친구는 태평양 가운데 어느 하늘에 떠 있을까 생각을 한다. 그 멀고 깊은 바다를 건너는 하늘길을 따라 친구는 오고 있다. 달려가 손을 잡는다. 꿈을 꾼 것을 보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