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천 개가 넘는 작은 섬 들로 이루어진 곳, 천섬

할머니들의 우정 여행

by 전지은


킹스턴(Kingston)에서 출발해서 천 섬(Thousand Islands)을 돌아보기 위한 작은 배는 12시 출발이었다. 넉넉한 시간 덕에 여유롭게 호텔 조식을 하고 동네를 걸었다. 낯선 길손을 반기는 청둥오리 떼들. 뒤뚱거리는 걸음을 따라 가본다. 친구와 함께 아침을 여는 웃음이 바닷가로 퍼지고 옛 유럽풍의 건물들을 기웃거리며 여행객을 반기는 작은 거리. 관광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비슷한 풍경의 가게들은 아직 오픈 싸인을 내걸지 않았다. 발밑으로 찰랑거리는 바닷물을 내려다보며 강릉 바다와는 너무도 다른 바다 풍경을 보며 두런거리며 이야기했다.


관광객을 맞는 거리는 시간이 너무 이른 탓에 한산하기만 해서 차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보기로 하였다. 강을 건너는 작은 철교 하나를 지나자 입구에 커다란 탱크 하나가 서 있고 운동장에는 훈련을 하는듯한 청년들이 무리 지어 서 있었다. 안내 간판을 보니 로열 군사학교(Royal Military School)였다. 너른 캠퍼스에 많은 건물들이 있고 곳곳에 장갑차와 대포가 전시되어 있었다. 구글에서 검색해 보았더니 입학률이 10% 정도이고 전액 장학생만 모집한다고 돼 있었다. 로렌스 강을 끼고 훈련을 할 수 있고 강의 하류는 바다로 연결되어 있었다. 교정이 자리 잡은 곳은 약간의 언덕들을 가지고 있는 구릉 모양으로 훈련에 적지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시내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던 시청. 온타리오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유럽풍으로 3개의 건물로 되어 있었고 그 앞에는 작은 분수와 오래된 검은 기관차가 낯선 손님을 맞고 있었다. 마침 그날은 시청 내 회의실에서 모임이 있어 각국의 깃발들을 게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청 청사를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는데 천섬을 가는 유람선과 시간이 동일하여 아쉽지만 뒤로해야 했다.


멀리 보이는 작은 섬들이 천섬이 아닐까 생각하며 시간이 되어 승선했다. 천 개가 넘는 작은 섬 들로 이루어진 곳. 3시간 반 가량 유람선을 타고 돌아야 다 볼 수 있었다. 그중 꽤 큰 섬에서는 하선을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들이 구매했던 티켓으로는 불가능했고 시간도 부족해서 포기했다. 그렇게 눈으로 하는 구경에도 꽤 시간이 걸렸고 끝은 약간 지루하기까지 했다. 지나가는 길에 멀리 군사학교도 보이고 캐나다와 프랑스가 전쟁을 치를 때 지어졌다는 요새도 보였다.


로렌스 강과 온타리오 호수를 잇는 곳에 떠 있던 섬들. 빈자리가 거의 없었고, 각각의 개성을 살린 건축물과 사연들은 우리들의 눈요기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그중 섬 한 개가 현재 매물로 나와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남편이 가격을 물었다. 나는 사지도 못할 것을 왜 묻는냐며, 이렇게 먼 외딴섬에 살면 의료시설도 그렇고, 배 타고 나와야 식품을 구입할 수 있고, 이런 섬에 살려면 개인 요트 하나는 있어야 하고, 등등 그 불편함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며 핀잔을 주었다. 남편은 농담도 못하냐며 웃어넘겼다.

그렇게 천섬의 아름다움과 사연들을 가슴에 안고 하선했다. 오늘 도착해서 잠을 청할 곳은 캐나다의 수도인 오타와(Ottawa). 2시간 정도의 운전이 필요했기에 서둘러 길을 떠났다. 오타와까지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다던 붉은 단풍은 아직이었다. 한주쯤 늦게 왔더라면 더 고운 가을 색을 만나지 않았을까 싶다. 콜로라도는 자작나무의 노란 단풍 일색이지만 동부는 한국처럼 붉은 단풍이 든다고 하여, 잔뜩 기대를 했었는데 아쉽다. 또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오타와에 도착하여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다시 한국 식당을 검색했다. 꽤 리뷰가 좋은 양념치킨집을 찾았다. 이미 날은 어둑해졌고 서투른 길이라 택시를 타기로 했다. 식당에 도착해 보니 손님들로 만석이었다. 1시간가량 대기를 해야 한단다. 차도 없고 택시를 또 부르기도 번거로워 무작정 기다렸다. 해가 진 거리는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았고 날씨도 포근했다. 식당 주위를 걸으며 시간을 보냈다. 시장이 반찬이라던가, 양념치킨은 꽤 맛있었고 생맥주를 곁들인 늦은 식사를 마쳤다. 다시 택시를 타고 시내를 통과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몬트리올(Montreal) 거쳐 크루즈 승선 지인 퀘벡(Quebec)에 도착할 예정이다.



keyword
이전 03화캐나다와 미국의 국경, 나이아가라 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