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모르고 지금은 아는 것

by 봄비


밤이 되면 꽃향기가 더 진해지고 풀벌레들도 더 시끄럽게 운다

찌르찌르찌르르르 삐리삐리삐리릿 뿌르르르뿌르르르 삐이이이이삐이이이 수많은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다 다르다

암컷들은 어떻게 저 수많은 소리 중에 수컷의 소리를 듣고 응답할까?


밤은 저절로 오는 것 같지만 한 나절 분주히 오가며 일을 하고

밥을 지어먹고 설거지하고 햇빛에 빨래를 널고 걷어야 온다

계단식 논에서 흐르는 물소리보다 개울물소리가 또랑또랑 더 맑게 들린다


그리움은 보지 못할 때 더 깊어진다

20년 만에 친구를 만나면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걸 후회할 수도 있다

사랑하지 않았는데 그리워하기도 한다

정말 피는 물보다 진할까?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고 하지만 급하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족이 먼저 생각난다

절친이 같이 죽자고 하면 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힘들다

생각보다 죽음이 가까이 있다


후회는 어렸을 때나 나이 들었을 때나 똑같이 한다

마흔이 되면 인생의 방향이 확실해질 줄 알았지만 마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갈팡질팡 헤맬 때가 많다

뜨거운 것은 빨리 식는다


사람들이 보고싶으면 대학병원에 가면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지 의사들은 너무 바빠서 시간이 갈수록 말이 빨라진다

그래서 자신이 환자에게 꼼꼼하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때는 다 아는 것처럼 떠들었는데 모르는 게 많다

경험해서 아는 것은 다 진실인 것처럼 확신에 차서 말한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은 모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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