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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네기 Jul 24. 2022

[독후감] 데미안 (1919) - 1

헤르만 헤세 저, 전영애 옮김

 <데미안>이 주는 여운을 느끼기 위해서는 프란츠 크로머를 경험해야 한다.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던 체계가 무너지고 그 밖의 것이 드러나 모습을 보이는 경험을 한 뒤에야 <데미안>을 온전히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데미안>을 읽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여운이 강하게 남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이 여운을 말이나 글로 표현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1. 기존 가치표의 파괴


 전체적으로 니체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음이 느껴졌다. 책 중간에 니체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하므로, 오해는 아닐 것이다. 마침 <데미안>을 종이책으로 읽는 와중에 전자책으로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있어서, 두 책의 비슷한 주제를 보다 명확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이제 막 서론 부분을 읽은 것이 고작이지만, 감사하게도 서론이 시작되기 전에 책의 내용과 니체의 사상을 나름대로 정리한 글이 있어서 전체적인 내용 정도는 인지할 수 있었다.

 프란츠 크로머는 니체가 말하는 인간의 몰락에 대응된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어린 시절, 그의 부모님이 있는 '밝은 세계' 속해있었다. 밝은 세계는 평화롭고, 모범적이며, 안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하인과 직공들이 속한 '어두운 세계' 존재도 인지하고 있었다. 어두운 세계를 두려워하면서도 프란츠 크로머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싱클레어는 그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면서 밝은 세계로부터 분리되어간다. 하지만 밝은 세계에서 어두운 세계로, 단지 소속이 바뀔 뿐인 변화를 맞이할 위기에싱클레어를 구제한 것이 데미안이었다. 프란츠 크로머로부터 해방되었으나, 싱클레어는 밝은 세계로의 복귀를 선택하는 대신 데미안의 사상에 빠져든다.

 기존 가치 체계의 붕괴는 폭력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으로부터 근거를 모색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공동체가 형성되고, 개개인은 그 속에서 안심하고 안주한다. 이런 상태에서 가치 체계가 붕괴하는 것은 인간이 기대고 있던 모든 판단의 근거, 토대가 무너지는 것이고, 길을 잃은 인간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혼란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은 새로운 가치 체계를 만들고, 새로운 안식처를 물색한다. 역사에 존재해온 모든 신앙과 종교, 사상은 많은 사람들의 안식처였다.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카인의 표적을 지녔다. 동생을 살해하는 죄를 범한 카인마저 포용하기 위해 신이 면죄부의 의미로 부여했다는 카인의 표적에 대해, 데미안은 전혀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카인은 비범한 인물이었다. 카인의 표적은 우화의 결과가 아니라 사건의 발단에 해당한다. 그는 비범한 시선과 담력을 지니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범함에 사람들은 압도당했고, 두려워했으며, 불편했다. 그래서 카인의 후예들에게 '카인의 표적'이라는 우화를 붙였다는 것이다. 그들이 견뎌야 했던 공포에 대한 복수의 의미로, 다른 사람들이 덜 두려워하도록 억제하기 위함이었다. 동생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을 죽인 것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가 살인을 저지른 것은 '표적'을 지녔기 때문이고, 이 또한 신이 윤허했기 떄문이었다는 것이다. 표적을 붙여서 신의 질서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카인이라는 인물은 기존의 질서와 체계를 무너뜨릴 위험 인물이었다.

 기존 체계의 붕괴는 새로운 세계의 창조에 선행한다. 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서문을 읽으며 느낀 것은 니체가 인간을 부정하면서도, 인간의 발전과 진화 가능성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인간은 계속해서 진화하는 존재다. 하나의 체제, 종교는 진화 과정에서 잠시 쉬어가는 안식처가 될 수 있지만, 결국은 무너뜨리고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 니체에게는 기독교가 그렇게 비춰졌으며, <데미안>에서는 '밝은 세계'가 그러한 존재였다. 프란츠 크로머, 세계대전은 아주 폭력적이며 파괴적인 형태로 기존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기폭제로 기능한다. 안식처에서 벗어난 인간은 위태롭지만 자유로운 상태가 된다. '낙타'에서 '사자'가 된다. 짐을 내려놓고 자유를 얻은 사자는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중간 단계다.



 2. 자아



 3. 인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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