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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네기 Aug 07. 2022

[독후감] 데미안(1919) - 3

헤르만 헤세 저, 전영애 옮김

 새는 태어나기 위해 알을 깨야 하고, 알은 세계이다.

 알을 깨고 나오니 신이 맞이한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간은 아름답다. 그는 평범한 사람과는 구분되는 표적을 지니고, 뭔지 모를 장엄한 아름다움을 지닌다.

 타인과의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자아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단순하게는 취향이나 취미, 더 깊게는 철학과 신념이 자아의 여러 측면에 해당한다. 자아를 혼자 성찰하는 것에만 매진하면 자아에 대한 불완전한 상을 그리게 된다. 타인을 거울로 삼아 스스로를 비추기만 해서는 반전된 모습만 보게 된다.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다면 많은 경험과 관계 속에서 변하지 않는 자아를 발견해야 한다. 자아가 확립되었을 때 자신감을 갖고 경계에 구애받지 않으며 어디로든 나아갈 용기가 생긴다. 끝없는 진화와 발전이라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을 품고 있지만, 소시민의 입장에서 적어도 험난한 사회를 이겨내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1. 기존 가치표의 파괴



2. 자아



3. 인간에 대하여


 인간이 지닌 진화의 잠재력은 강하지만, 개별 인간은 운명 앞에서 나약한 존재다. 데미안은 프란츠 크로머도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강한 사람이지만, 전쟁 앞에서는 그 또한 하나의 목숨에 지나지 않았다. 전투에서 입은 부상으로 사망하는 데미안의 모습은 다소 뜬금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인간의 한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소설 <데미안>의 가장 그럴듯한 결말이고, 등장인물 데미안의 가장 데미안다운 최후라고 생각했다. 전쟁은 비극이 아니라 병들어버린 유럽을 쓸어버리는 혁명이었고, 그 속에서 혁명가 데미안은 산화했다. 

 인간의 사명이 진화라고 한다면, 인생이 갖는 의미가 상당히 무색해질 수 있다. 어떤 삶을 살던지 그것이 인류의 진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을 때에만 의미가 생긴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성장을 보여줌으로써 이런 문제를 불식시키고 있다. 연약한 존재였던 싱클레어가 성숙하면서 독립적이고 한 명의 온전한 인간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과정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인류 전체의 차원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미시적인 개인의 발달은 인류의 진화에 기여하기 위한 기초 단계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개인에게 있어서는 그 자체로 중요한 과정이다.


 관계의 시작점은 개인이다. 삶의 모든 단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러면서 내가 누구인지를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었다.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제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단단한 자아를 지녀야 함을 느꼈다. 내 자아가 굳게 자리 잡았을 때, 관계에 임할 때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의 주장에 괜히 기죽을 필요도 없게 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있으면, 그저 스스로를 담담히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함을 알게 되었다. 

 내 자아는 고등학생 시절에 그림자가 보였고, 대학생 시절에 지향점을 찾았으며, 지금은 구체성을 갖추며 지향점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단계에 있는 것 같다. 이 과정들에는 늘 영감을 주는 사람과 경험이 있었고, 그것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새로운 관계에 적극적인 사람이 아니여서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대신 몇 안되는 경험을 깊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나에게 독서는 여러 생각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자신을 돌아보는 데에도 굉장히 유용하다. <데미안> 같은 책은 왠지 모르게 자신감을 고양시켜서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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