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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네기 May 14. 2022

[독후감] 불편한 편의점(2021)

김호연 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던 책이다. 심심할 때마다 서점에 가서 요즘은 어떤 책이 나왔는지, 어떤 책이 많이 읽히는지 정도를 구경하는데, 항상 비슷비슷한 베스트셀러 리스트의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 이 책이었다. 사실 한국 소설에 대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반감 같은 것이 있어서 이 책의 존재와 유명세를 꽤 오랫동안 감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읽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밀리의 서재를 뒤지다가 관심 있는 책이 딱히 없는 상태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이 책을 결국 읽게 되었다.


 전체적인 감상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비슷한 기승전결의 연쇄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열된 상품도 적고, 다른 편의점보다 이벤트도 적은 ‘불편한 편의점’에 어딘가 고장난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치유해준다. 중심 인물인 ‘독고’는 서울역 노숙자였다가, 편의점 사장의 파우치를 되찾아 준 것을 인연으로 편의점 야간알바를 하게 되었고, 편의점 동료나 손님들에게 서툴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며 주변인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면서 각자의 문제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전개되는 한편, 그 과정에서 주인공 독고도 스스로 치유받는다.


 내가 한국 소설에 신물이 난 것은 한국 소설의 여러 특징에 기인한다. 과도한 신파에 질렸고, 언젠가부터 열린 결말이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내가 한국 소설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라 당연히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즐비하겠으나, 운 나쁘게도 한국 소설에 대한 이미지가 이런 쪽으로 확립된 이후에는 한국 소설에 그다지 흥미를 가질 수 없었다. 한 명의 작가에 꽂히면 그 사람의 작품을 통독하는 것이 편해서, 마침 그 타이밍에 재밌게 읽었던 소설에 빠져서 새로운 책을 찾기 보다는 익숙한 책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은 때문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이 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같은,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독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됨을 직감했을 때에는 더 읽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그의 과거는 덮어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매력적인 인물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우주를 갖고 살아감을 새삼 생각하게 되는, 좋은 작품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각의 이야기가 열린 결말로 끝난다는 점이다. 독고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편의점 선배 시현의 이야기나, 편의점 동료 선숙 씨와 아들의 이야기 등이 완성되는 것은 좋았지만, 그 전까지는 볼일을 보다가 중간에 끊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음, 지금 생각해보니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 이야기의 결말을 어느 정도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편이 더 따뜻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


 간만에 읽은 한국 소설, 나쁘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이 등장하는, 현대의 작품을 읽은 것도 되게 오랜만이라 나름 재밌기도 했다.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할 정도일지는 모르겠으나, 적절한 타임킬링과 따뜻한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딱 맞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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