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이야기 3. 두근두근
긴장과 불안함의 두근두근,
설렘과 기대감의 두근두근,
우리가 자주 마주치게 되는 감정 ‘두근두근’이 내 아이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또 부모님에겐 어떤 의미인가요?
이 책의 주인공 브레드 씨는 부끄럼쟁이랍니다. 모두가 잠든 밤, 브레드 씨는 마음 놓고 빵을 만들어요. 브레드 씨는 빵을 정말 맛있게 만든답니다. 그리고 브레드 씨네 집 문 앞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들어오지 마세요. 두드리지도 마세요.’
『똑똑똑
어느 날 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브레드 씨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가슴이 두근두근.
문틈으로 코알라의 얼굴이 빼꼼.
"잠이 오지 않아서 산책 나왔는데 맛있는 냄새가 나서. 무슨 빵 구워?"
코알라는 집 안으로 살며시 들어오며 물었어요.
브레드 씨는 대답도 못 하고 따뜻한 우유와 갓 구운 카스텔라를 주었어요.
"아, 달콤하고 폭신해!"
코알라는 어느새 쿨쿨,
며칠 뒤, 밤에 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브레드 씨는 또 가슴이 두근두근.』
부끄럼쟁이 브레드 씨는 변비에 걸린 생쥐에겐 야채빵을, 추위에 떨고 있는 양에겐 호빵을, 고양이에겐 취향저격 붕어빵을 구워줍니다.
브레드 씨는 맛있는 빵 냄새에 이끌려 찾아온 숲 속 친구들을 마주하며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갑니다.
처음엔 너무 긴장되어 문을 열지도 못했던 브레드 씨였지만 어느샌가 찾아온 기분 좋은 두근거림에 활짝 문을 열고 활짝 웃는 얼굴로 숲 속 친구들을 맞이할 수 있게 되지요.
『브레드 씨는 빵집을 열기로 마음먹었어요.
이름은 두근두근 빵집
새로운 빵도 구웠어요.
빵 이름은 두근두근 빵!
설레는 마음에 브레드 씨는 두근두근.
또 누가 두근두근 빵집을 찾아올까요?』
오늘은 어린이집 특별활동으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만드는 날입니다. 안 가겠다고 떼라도 쓰면서 울면 화라도 내겠는데 뚝뚝 떨어지는 눈물 방울방울을 손가락으로 파내듯 훔쳐내며 참 안쓰럽게도 웁니다.
근데 또 선생님에게 우는 건 들키기 싫다고 현관 앞에서 움직이질 않네요. 아무리 노력해도 운 거 들킬 거라고 꿈 쩍도 안 하는 아이를 아이 아빠가 낚아채 갑니다. 이제 좀 컸다고 우는 게 창피하단 것까지 합세하는 총체적 난국입니다.
케이크를 만드는 게 뭐가 긴장될까요? 외부 강사 선생님이 낯설어서? 케이크를 이쁘게 만들지 못할까 봐?
긴장은 중요한 순간, 예상치 못한 상황, 혹은 압박감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감정의 반응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불안감을 포함하지만 도전과 성장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감정입니다.
수영 수업에서 음파음파를 얼마나 잘했는지,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어떻게 이어서 칠 수 있는지, 이쁘게 꾸민 케이크를 앞에 두고 누구보다 뿌듯한 표정을 짓게 될 아이를 우린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다려준다면요.
부끄럼쟁이 브레드 씨처럼 두근두근이 기분 좋은 설렘으로 바뀔 수 있도록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기다려주려 합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다정한 시선으로 저를 바라봐 준 아이처럼 매서운 타박하는 눈초리가 아닌 다정한 눈빛으로 기다려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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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줄 때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밤새 쌓이는 눈처럼 소곤소곤 모드가 됩니다.
‘브레드 씨는 가슴이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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