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이야기 5. 작은 눈덩이의 꿈
(아주 작은 꼬마 눈덩이에게)
까마귀가 물었어.
“넌 왜 큰 눈덩이가 되고 싶어?”
난 이렇게 대답했지.
“아주 크고 둥근 모습이 참 멋져 보였거든.”
내가 까마귀를 만나기 전에 있었던 일이야.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왔어. 그건 아주아주 큰 눈덩이였지.
내 앞에 나타난 큰 눈덩이 아저씨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데굴데굴 굴러갔단다.
“멈추지 않고 계속 굴렀기 때문이지.”
그래서 난, 구르기로 마음먹었어.
아주 작은 꼬마 눈덩이야~! 널 처음 만난 날,
내 삶의 목표가 생긴, 예전 그날의 광.경.이 그날의 공.기.가 내 마음속에 두둥실 퍼졌단다.
사실 쉽지만은 않았어. 숲길에서는 나무를 피해야 했고, 비탈길에서는 빠르게 굴러가는 게 어찌나 겁이 나던지.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건 내 베프 까마귀 덕분인 거 같아.
까마귀랑은 정말 우연히 만났어.
내가 눈밭에 고꾸라져 머리에 나뭇가지까지 박힌 상황이었어.
그때 까마귀가 말했어. “내가 도와줄까?” 이게 까마귀가 나에게 한 첫 질문이었어.
그리고 우리는 함께 가기로 했어. 그때 까마귀가 또 물었지.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야?”
내 친구 까마귀는 질문 요정이거든.
근데 이건 정말 비밀인데... 까마귀한테는 절대 얘기하면 안 돼?
솔직히 가끔은 궁금증 대마왕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
‘그만 좀 질문하라고! 이 궁금증 대마왕아!!’라고 말이야(훗훗훗).
사실 난 그렇게 강하진 않아. 혹시 너도 만났을지 모르겠구나.
부서진 눈덩이, 스스로 녹고 있는 눈덩이, 또 울퉁불퉁한 큰 눈덩이들 말이야.
그 눈덩이들을 만날 때마다 내 롤모델 큰 눈덩이 아저씨에 대한 나의 확신은 녹고 부서지고 옅어져 갔어.
어차피 눈덩이는 부서지기 마련이라는,
또 눈덩이들은 원래 녹아 없어지는 존재라는 말들은
내 마음을 산산조각 냈어.
구르지 않고도 큰 눈덩이가 될 수 있다는 울퉁불퉁한 큰 눈덩이는
시종일관 구르기로 마음먹은 내가 바보처럼 느껴지게도 했어.
어떻게 극복했냐고?
음... 까마귀가 나에게 물어볼 때마다 그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봤어.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왜 큰 눈덩이가 되고 싶을까?”
그리고 가장 두려웠을 때,
아무런 확신이 없었을 때,
그때 나에게는 까마귀라는 최고의 친구가 곁에 있었어.
『 작은 눈덩이가 물었어요
“내가 정말 멋진 큰 눈덩이가 될 수 있을까?”
“그럼, 난 네가 큰 눈덩이가 될 거라고 믿어.”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면 어떡해?”
“바위를 잘 피하면 되지”
“햇볕에 녹으면 어떡해?”
“햇볕은 내가 가려 줄게.”
“힘들게 구르지 말고 다른 눈덩이 몸에 붙어살까?”
“그러면 네가 원하는 대로 구를 수가 없잖아.”
맞아. 내 힘으로 굴러야 내가 정말 가고 싶은 곳을 알 수 있어. 』
아주 작은 꼬마 눈덩이야, 우리가 만난 그날 난 너에게 말했지.
“계속 굴렀을 뿐이야.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당장 하루아침에 큰 눈덩이가 될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너의 마음이 확고하다면
어느새 네가 그토록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될 거야.
.
.
.
난 평범한 작은 꼬마 눈덩이였어.
하지만 늘 날 응원해 주는 친구와 함께였고 나는 그 친구를 믿거든. 우린 지금도 함께 가고 있어.
너에게도 이런 친구를 생기길, 또 그런 친구가 되어주길 바란다.
(어느 때보다 더 힘차게 구르고 있는 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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