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춘기>
나는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새로운 학년이 되었다. 많은 것을 갖고 있음에도 감사할 줄 몰랐던 나는 우울에서 벗어나기는커녕 그 속에서 허우적댔다. 엄마는 나에게 상담을 받으러 가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나는 상담을 받으러 갔다.
처음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땐 그 앞에서 안 들어가겠다고 울며 난리를 쳤다. 결국 병원 앞까지만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편견 같은 게 없는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왠지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 나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 가서 어떤 얘기를 듣게 될지 예상할 수 없는 게 무서웠다.
얼마 있다가 다시 병원을 찾았다. 나는 그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그렇게 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씩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았다. 감정의 폭을 줄일 수 있게 도와주는 약이었다. 나는 병원, 의사, 약 등에 거부감이 있다. 그래서 잘 챙겨 먹진 않았지만 나름 도움이 된 것 같다.
나는 새로운 학년이 돼서 더 커진 우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모든 일의 초점은 더욱 나에게 맞춰져 있었다.
나는 학교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 그때는 정문을 통과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 누군가 내 목을 조여 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학교에 있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아무리 소리치고 울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정말 죽고 싶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나를 때리고 있었다. 팔은 퉁퉁 붓고, 피멍이 들어 있었다. 무서웠다. 그래서 울었다. 그리고 웃었다. 때리니까 속이 뚫리는 것 같았다. 물론 일시적이었지만 그게 어딘가? 살아 있는 기분을 오랜만에 느꼈다. 나는 울면서 웃었다.